연수 예산 반납한 이천시의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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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해 지방의원 해외출장 예산을 전액 삭감한 지방의회가 있다. 너도나도 해외여행 가기에 바쁜 다른 지방의회와 180도 반대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주인공은 경기도 이천시의회다. 지난해 3566만원이던 의원 해외연수 예산을 올해 아예 없앴다. 애초 이천시는 지난해와 같은 예산을 책정했으나 도리어 의회가 깎았다. 이천시의회 이광희(54·새누리당·사진) 의장은 “지난해 말 예산을 다루면서 ‘재정이 힘든데 우리가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와 만장일치로 전액 삭감 의결했다”고 밝혔다. 관행으로 자리잡은 데다 정부도 일정 금액 안에서 허용하는 의원 해외출장비 예산을 지방의회 스스로 없앤 것은 이천시가 처음이다. 이천시의회는 새누리당 7명, 민주당 2명으로 구성됐다.

 이 의장은 “복지를 늘리느라 예산 압박이 심해 공무원 수당을 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실정인데 의원들이 해외출장 여비를 확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삭감에는 이천시가 가끔씩 재난을 당해 언제 어떤 돈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천시는 지난해 7월 시간당 110㎜ 넘는 폭우가 쏟아져 주택 360채와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복구에 수백억원을 들였다. 2010~2011년에는 구제역 몸살을 앓기도 했다. 재정이 빡빡한 가운데 이런 재난에 대비한 자금을 마련해놓으려면 삭감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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