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질은 똑같다? 엄마 영양 상태따라 성분 들쭉날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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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엄마 강희연(31·가명·충청남도 아산시)씨. 12주 된 아기가 항상 보채고 변을 무르게 보는 것이 고민이다. 또래와 비교해 모유 수유 횟수나 기저귀 사용량이 2배가량 많다. 그렇다고 성장이 빠른 것도 아니다. 최근 강씨는 병원을 찾아 자신의 모유·식습관·수유방식 등을 점검했다. 그 결과, 탄수화물·수분 비중이 평균보다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모유의 영양균형이 깨진 상태라는 의미다. 아이본 모유분석 연구센터 김동운 센터장(아이본 소아청소년과)은 “아기가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려고 젖을 계속 먹어 결국 과식에 의해 탈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모유는 아기가 먹는 첫 음식이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 등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과 생체 활성인자 등 면역력을 높이는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생후 2년까지 모유를 먹일 것을 추천하고 있다.

 모유는 아기 성장단계에 맞춰 필요한 양양 성분이 변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출생 직후부터 4일까지는 노란색 모유를 생산한다. 이른바 초유다. 장염·중이염·아토피 등 면역인자와 뇌·신경발달에 필수적인 단백질이 풍부하다.

 이후엔 성장속도에 맞춰 나오는 이행유는 칼로리가 늘어난다. 생후 2주까지 단백질 함량이 줄고, 탄수화물·지방 함량이 높아진다. 마지막은 성숙유다. 지방 함량이 이행유보다 높고, 색도 아이보리 색으로 엷어진다. 지방은 신생아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엄마는 카페인 피하고 근육량 늘려야

문제는 모유의 질이다. 김 센터장은 “모유는 현재 엄마의 영양상태·식습관·스트레스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모유 상태에 따라 아기의 발육·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똑같이 모유를 먹여도 신생아의 성장 속도는 제각각이다. 어떤 아이는 평균보다 빨리 큰다. 반면 유독 성장이 더딘 경우도 있다. 모유 영양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모유 영양분석이다. 모유 자체 영양성분은 물론 아기 엄마의 식습관·수유방식·건강상태·아기 성장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김동운 센터장은 “전문 장비를 이용해 모유 속 열량·탄수화물·지방·단백질·수분 함량이 적정한지를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빵·떡·밥·초콜릿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자주 먹으면 아기도 탄수화물에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 채소·과일 등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면서 탄수화물 비율을 줄여야 한다.

 모유 자체 칼로리가 높은 때도 주의한다. 적정량을 수유해도 폭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이 풍부해 아기 체중이 금방 늘고 비만하기 쉽다. 김 센터장은 “출생 당시엔 3.5㎏으로 정상체중이었는데 불과 한달 만에 8㎏로 불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신생아는 적정 속도보다 빨리 성장하면 철분·칼슘·비타민D 등 영양소가 부족해지면서 빈혈을 앓을 수 있다.

 그는 “모유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 맞춤형 식단으로 아기 영양섭취 상태를 최적화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수유방법을 변경하거나 근육량을 늘릴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피해야 할 것도 있다. 알코올·니코틴·카페인은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된다. 중독을 유발할 수 있어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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