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장애 아버지 부양하며 하버드 조기 입학 한인 화제

미주중앙

입력

아버지가 척추 부상 장애인에 우울증 환자라는 불우한 환경에도 한인 학생이 하버드대에 조기 입학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 태리타운에 있는 사립학교 핵클리스쿨(Hackley School) 12학년에 재학중인 줄리엣 김(17.한국명 김미양.사진)양.

김양은 지난달 13일 하버드대학 인문학부로부터 조기 전형 합격 통보를 받았다.

김양은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믿기지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버드대를 가게 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단 한가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만 전했다. 사실 김양이 이 같은 말을 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상업을 하던 김양의 아버지 김현일(52)씨는 김양이 9살 때인 2006년 맨해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면서 장애 판정을 받았다.

현재도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걸을 수 없다.

김씨는 "뒤에서 미니밴에 받혀 사고 후 1~2년은 제대로 앉지도 못 하고 누워만 있었다"며 "후유증으로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지난 6~7년간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참담했었다"고 전했다.

김씨의 가족이 의지할 수 있었던 건 김양의 어머니 최성자(52)씨가 네일샵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받는 주급 500달러뿐이었다. 이에 따라 김양은 학원과 과외 사교육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전액장학금을 받고 어렵게 들어간 명문 사립 학교인 핵클리스쿨에서는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김양은 "사립학교인 만큼 부유층 자녀가 많아 처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솔직히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덕분에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나중에는 오히려 과외를 받는 친구들이 나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다"고 제법 의젓하게 말했다.

사실 김양이 하버드대를 택하게 된 데는 지난해 9월 본사 주최로 열린 제6회 교육박람회의 영향이 컸다. 당시 1대1컨설팅에서 1번으로 신청을 했다는 김양은 "처음에는 '합격률이 6% 미만이라는 하버드대에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강했는데 대학 선배들과 한 시간 넘게 상담을 하며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김양은 또 "의사가 돼 척추장애로 고생하고 있는 아버지를 치료하고 싶다"며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위해 '알츠하이머'도 연구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양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아이비대학이나 사립명문대학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한 퀘스트브리지장학금(Questbridge)과 잭켄트쿡재단(The Jack Kent Cooke Foundation)에서도 장학금 지원 약속을 받은 상태다.

서승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