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왕실표' 한식기, 외국서도 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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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유네스코에 김장 문화가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당시 덴마크 본사 직원들 앞에서 ‘한식기로 본 현지화 성공사례’를 발표 중이었는데 청중에게 ‘보세요. 이게 바로 그 김치를 담는 그릇’이라고 외쳤다니까요.”

 오동은(49·사진) 한국로얄코펜하겐 대표는 지난해 12월 5일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한국로얄코펜하겐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영문홍보책자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의 제작을 지원했다. 선정 2개월여 전에는 유네스코 심사위원과 한국학 권위자 등을 초청해 서울에서 김치 심포지엄도 열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가 한국 김치 문화를 홍보한 까닭은 뭘까. 오 대표는 “239년 된 로얄코펜하겐의 오랜 역사, 손으로 문양을 그리기 때문에 그릇마다 느낌이 다른 점이 오랜 세월 집집마다 다른 손맛을 내는 김치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과 손잡고 3년째 무형문화재를 후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 대표는 “올해도 수능을 마친 딸과 함께 10년째 김장을 담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내놓은 한식기의 첫 작품도 김치그릇이었다. 한국은 덴마크·일본 다음으로 큰 로얄코펜하겐 시장이다. 한식기를 따로 내놓게 된 배경이다. 오 대표는 “일본·중국에서도 현지에 맞춘 그릇이 나왔지만 한국에서만 크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출시 한 달 만에 첫 물량이 매진됐다. 해외 문의도 쏟아져 올해부터 미국·독일·일본·대만 등 세계 10여 개 지사에서도 한식기를 판매한다. 200여 년 역사상 유례없는 ‘현지화 그릇’의 성공이다. 한국 지사에서 숟가락·젓가락이 그릇과 닫는 각도, 밥그릇·국그릇의 높이까지 하나하나 분석해 본사와 만들었다. 또 기존 제품인 ‘버터그릇’ ‘샐러드접시’를 ‘달걀찜기’ ‘비빔밥·콩국수그릇’ 등 한식형 이름으로 바꿔 함께 쓸 수 있게 했다. 매장에서도 호박나물·동그랑땡 등 가정식 반찬 모형으로 한식 차림상을 제시했다. 한식기 홍보를 위해 연중 30% 할인 판매를 한 것도 주효했다. 오 대표는 “매일 먹는 집밥이 가장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며 “장식용이 아닌 생활 속의 그릇이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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