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기 쉬운 볼링장 「핀·보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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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볼링장의 「핀·보이」들은 힘겨운 작업을 하면서 쓰러지는 「핀」에 맞기가 일쑤다.
심한 경우 「핀」에 맞아 다리뼈가 골절되기도 한다.
현재 서울에 14개소를 비롯, 전국에 있는 32개소 볼링장에는 어림잡아 6백여명의 「핀·보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개 18∼23세의 청년들.
한사람이 2개 「레인」을 맡아 쓰러지는 「핀」을 주워 「핀·세팅」 기계에 올려놓고 공을 되돌려 보내는 일을 하는데 외국의 경우 자동기계가 이 작업을 한다.
우리 나라 볼링장은 폭 1.5m, 길이 18m의 「레인」끝에 수동식 「핀·세팅」기계가 설치돼 있고 그 뒤에 「핀·보이」들이 걸터앉을 수 있게 안전대가 있지만 높이가 불과 70㎝ 밖에 되지 않아 「핀」이 심하게 퉁겨 오를 경우 이외에도 다리부분은 「핀」이 쓰러지는 「킥·백」 아래에 내려져 있기 때문에 한눈을 팔 경우 십중팔구 얻어맞게 돼있다.
1.3㎏ 무게의 「핀」 10개를 재빨리 주워 「핀·세팅」기계에 주워 올려야 하는 「핀·보이」들의 작업은 기계적인 숙달을 요하는데 1개월간의 힘든 숙련 기간 동안 「핀·보이」들은 3, 4번 이상은 「핀」 에 얻어맞아 부상한다.
A볼링장은 「핀·보이」들을 위해 지정 병원까지 두고 있는데 K지정 병원에는 월 평균 5건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으며 1건 정도는 복숭아뼈 골절환자가 있다는 것.
「핀·보이」들이 부상하는 경우는 대개 「스피디」한 「게임」에 숙달되지 못한 나머지 「핀」이 퉁겨 오를 때 몸을 피하지 못해서 일어나지만 때때로 볼링을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이 「핀·보이」가 안전대에서 내려와 「핀」을 줍고 있을 때 공을 던져 사고가 일어날 때도 있다.
H볼링장 「핀·보이」 박모군 (20)은 초심 「볼러」들의 실수로 「핀」에 얻어맞았을 때 『약이 올라 「핀」을 집어던지고 싶지만 고객에 대한 직업 의식 때문에 아픔을 착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떤 면에선 젊은이들에게 인내심을 길러주는 직업이라고 말한 K볼링장의 김모군 (19)은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직업』이라면서 한달에 1만5천원의 보수는 좋은 대우가 아니라고 했다.
현재 서울 시내 볼링장에서는 이들 「핀·보이」들의 힘겨운 작업량을 감안, 2일 근무에 1일 휴식을 시키고 작업 시간도 1시간 일하고 30분 쉬도록 하고 있다.
「머레이썬」 볼링장 시설 용역 회사에 따르면 자동 「핀·세팅」기계 1대 설치비용은 4백만원 정도.
대한볼링협회 연강흠씨는 현실적으로 자동「핀·세팅」기계의 설치는 어렵지만 「핀·보이」들에게 세심한 지도를 함으로써 사고방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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