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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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의 옛 선조들은 한여름 더위를 잊기 위해 방울소리를 즐겨 들어왔다. 지붕추녀 끝 공간에 매달린 풍경은 우리의 생활 속에 가장 가깝게 이용되었던 방울 중의 하나이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흔들림으로써 생기는 맑고 은은한 소리로 깊숙한 산골의 바람소리·물소리와 화음을 이루었던 풍경소리는 그래서 멋과 정취를 찾던 옛사람들이 즐겨 들어왔던 것이다.
「풍경소리」라고 하면 절간의 풍경을 연상할 만큼 풍경은 산사에서 많이 쓰여왔다. 송림이 우거진 산골의 절간에 놋쇠방울에 붕어 한 마리가 달려있는 풍경이 솔바람소리와 더불어 내는 소리는 가장 운치 있는 절간의 모습을 전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풍경은 절간 외에도 선비의 서재, 대갓집 아씨들의 별당 산장 바람이 잘 지나는 대청 뒷마루 등의 추녀 끝에 곧잘 이용됐다.
풍령·풍탁으로도 불리는 풍경은 원래 작은 종의 일종이었기 때문에 사용된 역사가 길다. 신라시대의 석탑에 풍경이 이미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삼국시대 이전임을 헤아릴 수 있다.
재료는 대부분 청동이었지만 유리나 옥을 이용한 것도 있다. 특히 옥은 그 부딪치는 소리가 놋쇠보다 한결 은은하고 부드러워 귀부인들의 옷자락에 매달려 부딪치는 소리로 사랑 받아 왔듯이 풍경으로도 유달리 아낌을 받았다.
같은 청동이더라도 방울을 한 개 단 것, 큰 방울 속에 작은 방울을 꿰단 겹 방울, 길이가 각기 다른 철관을 늘어뜨려 처리한 것 등 만듬새에 따라 크고 작게 화음을 내도록 했다.
방울은 풍경 외에도 중들이 지니는 지팡이(석장)의 고리 위에, 한창 춤추는 무당의 대위에 매달려졌고 이즈음의 초인종 대신 각 가정에서 쓰이던 설렁줄에도 달아매어 졌었다. <박금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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