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교 위서 어린이 인질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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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삽교=황병용 기자】17일 하오 7시쯤 충남 예산군 오가면 신석리 주막집에서 술을 마시던 유재붕군(21·오가면 좌방리)이 주점 안에 있던 이 마을 박제홍씨(50)와 시비 끝에 박씨를 길이 25㎝ 가량의 식칼로 찔러 쓰러뜨리고 달아나다가 천안깃점 46㎞지점의 장항선 철교 위에서 지나가던 최성례씨(36)의 맏아들 임상기군(12·오가국교5년)을 인질로 『접근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하며 뒤쫓아간 경찰관 50여명과 대치하다 약 2시간30분만인 이날 하오 10시25분쯤 검거됐다.
이 사고로 서울발 장항행 37특급열차가 약 2시간이나 늦어졌으며 이 열차 승객 2백여명이 모두 차에서 내려 인질극을 지켜보는 등 소란을 빚었다.
유군은 3년 전 S중학을 졸업한 뒤 상경, 서울에서 철공소 직공으로 일하다 3일전에 고향에 휴가로 내려왔다가 이날 사고를 저질렀다.
유군이 철로 위에서 임군을 인질로 잡고 있는 동안 경찰이 접근하려하면 칼로 임군을 찔러 손을 쓰지 못했었는데 하오 8시40분쯤 특급열차가 이곳에 도착하자 경찰은 「워키토키」로 기관사와 연락, 열차의 전조등을 끈 채 서서히 진행, 유군을 철길 아래로 밀어 떨어 뜨렷다.
유군이 떨어지자 격분했던 주민들이 몰러가 뭇매를 때려 유군은 중상을 입고 경찰에 잡혔다.
유군의 아버지 유순원씨(49·농업)는『평소 온순했던 아들이 왜 사고를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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