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다자해결' 힘 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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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를 다자(多者) 틀 속에서 풀어가려는 방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 주변국의 적극적인 관여를 위해 내놓은 다자 해결 원칙을 우리 정부가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과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발언권 확대를 위해 일찌감치 다자 해결 방식을 선호해 왔고, 중국도 다자+북.미 양자대화 병행론에는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다자 해결로 기울어=우리 정부는 지난주 대통령 주재 안보관계 장관회의 이후 북한 핵 문제의 다자 해결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우리 입장은 다자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며, 그 안에서 북.미 간 실질적인 대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미 간 양자대화 해결 쪽에 무게가 실려 있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신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의 입장 선회는 "북한 핵 문제가 북한과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가뜩이나 나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북한 핵 문제 해결 과정은 다자체제로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尹장관도 "핵 문제 해결 이후 일본과 러시아도 한국과 협력해 (북한을) 도와나가야 할 이슈가 대단히 많다"고 말했다.

◆북한 수용 여부가 관건=다자 해결 원칙에 대해 러시아와 일본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 해결 과정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는 극동 개발과 맞물린 대북 가스 공급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일.러가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꺼리는 중국은 북.미 양자 해결을 바라지만 다자 해결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들이다.

다만 북한은 북.미 양자 해결 원칙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수교하지 않은 미국과 일본이 포함된 다자대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미국도 다자 구도 속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향후 북한 핵 문제 해결 구도는 다자+양자 혼합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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