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1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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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정말 오랜만에 아내를 만족시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무대가 아침 일찍 호떡판을 메고 거리로 나갔다.

절정감에 취하여 하얀 이를 살짝 드러내며 갓난아이의 배냇짓처럼 스르르 미소를 떠올리던 금련의 얼굴이 호떡 하나하나에 얹혀 있는 듯하였다.

그러자 빨리 집으로 돌아가 다시 금련을 안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쯤 장대호가 집으로 와서 금련과 함께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상념이 들자 무대는 이번에는 제법 거센 질투심이 속에서 스멀거리는 것을 느꼈다. 장대호가 찾아올 수 없는 곳으로 금련과 영아를 데리고 도망칠까 하는 생각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각 곳에 흉년이 심한 이때에 장대호 같은 어른의 도움이 없이 어디서 먹고 살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이 사실을 장대호의 부인 여씨에게 귀띔하여 장대호의 출입을 막는 방법은 어떨까 궁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혹을 떼려다가 혹을 붙이기 십상이었다.

여씨가 무대와 금련을 아예 멀리 쫓아버릴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무대로서는 장대호가 금련에게로 와서 어떤 짓을 하는지 우선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금련의 말대로 장대호가 그냥 돌아보러 오는 것인지, 영아의 말대로 금련을 탐하러 오는 것인지 자기 눈으로 직접 목도하고 나서 사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었다.

무대는 호떡이 다 팔리지도 않았는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집에 이르자 이번에도 영아가 무대를 막아서며 아주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오늘도 장씨 어른이 왔어요. "

"그래 알았다. 넌 나가 있거라. "

무대도 소리를 죽여 소곤거렸다. 무대가 영아를 밀어내다시피 하여 집 밖으로 내보내고 가만가만 안방으로 다가갔다.

안방 문틈으로 장대호와 금련이 서로 주고받는 말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르신, 다시 몸이 어려워지신 것 같습니다. "

"조금 무리해서 그렇겠지. 그래서 독계산(禿鷄散)이라는 약을 지어달라고 의원에게 부탁해 놓았어. 육용종, 오미자, 토사자, 원지, 사상자 들을 잘게 빻아 체로 걸러 만드는 약인데 정력회복에는 특효약이라고 하더군. 하지만 굳이 그 약을 먹지 않아도 금련이 너를 충분히 안을 수는 있어. 어제는 잠시 어지러워서 그만… . "

"그래도 당분간은 조심하셔야죠. 이전처럼 몸이 나빠지시면 안됩니다. "

"괜찮다니까. 이리 가까이 와 봐. 난 너의 발만 보면 숨이 막힐 것 같애. " "이를 어쩌나. 제 몸이 오늘은 어르신을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달거리 때문에... . "

"으음, 그래? 나는 네 발에다 하고 싶구나. "

발에다 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무대는 자기도 모르게 문틈으로 눈을 갖다대었다. 잠시 후, 믿을 수 없는 희한한 광경이 방안에서 펼쳐졌다.

장대호가 금련의 발에서 전족천을 벗기더니 냄새를 깊이 들이켜고 나서 그 하얀 발들을 마주 보게 하여 나란히 붙여놓았다.

"전족한 두 발을 이렇게 붙이면 예쁜 구멍이 생기지. 이게 어떤 모양으로 보이느냐?"

"아이, 부끄럽습니다. "

금련이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

"자고로 남자들이 여기 이 전족 구멍에다 파정하는 것을 최상의 교접으로 여겼느니라. 발에 힘을 주어 풀리지 않도록 하려무나. "

장대호가 묘한 자세로 자신의 옥경을 금련의 두 발 사이 좁은 공간으로 밀어넣었다.

"별 미친 짓도 다 있네. "

무대는 하마터면 소리를 낼 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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