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퇴장…「에카페」 총회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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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용식 외무장관이 기조연설을 한 13일 하오의 「에카페」 총회장은 전날 중공이 「크메르」 대표연설 때 퇴장한 전례가 있어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자리에 앉은 한국 대표단과 중공 대표단에 「플래쉬」 세례가 터졌다. 하오 3시17분 총회의장의 한국 대표발언 지명이 있자 중공 대표단은 안치원 수석대표를 선두로 통역까지 모두 퇴장했다.
김용식 외무장관은 약간 상기한 듯 비교적 높은 어조로 연설을 계속했다.
김 장관이 중공 대표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이에 언급하지 않고 「이데올로기」를 초월해 모든 국가와 관계개선 및 교역증가를 하겠다고 연설한 탓인지 연설이 끝난 뒤의 박수는 다른 대표 때보다 훨씬 열띠었다.
중공 대표와는 달리 소련 대표는 김 장관의 연설이 계속되는 동안 연설문에 줄을 쳐가며 경청했고 중공 기자들도 기자석에 앉아 열심히 「메모」했다.
퇴장한 중공 대표단은 「로비」에서 서성댔는데 그 중 한 사람은 「로비」에 가설된 「텔리비젼」을 통해 김 장관의 기조연설을 열심히 지켜보았다.
한편 이날 별실에서 열린 전체위 회의에서는 한국 대표의 발언 때 중공 대표도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김 장관의 연설이 끝난 후 중공 대표는 곧 다시 입장했다. 중공 대표가 들어온 뒤 김 외무가 총회장 밖으로 나가자, 취재기자들이 대응 퇴장인 줄 알고 「호텔」 1층까지 따라나왔다. 응수 퇴장이냐는 질문을 받은 김 장관은 『약속이 있어 나가는 것이니 오해 말라』면서 『중공 대표가 내 연설할 내용을 알았더라면 퇴장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농 섞인 논평.
김 장관은 한국 기자들과 만나 『우리 외교는 성숙 단계에 들어갔는데 중공의 외교태도는 경직한 느낌』이라면서 『지난 10여 년간 소련·중공의 퇴장 전술을 수없이 겪어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이틀째 중공의 퇴장 소동이 벌어져 일본 신문은 이 사실을 모두 대서 특필했다. 이중 일본의 한 신문은 중공 퇴장 후의 김 장관 연설태도를 『대인의 태도』라고 칭찬했다.
각국 대표들은 이 사태에 대해 곤혹감을 보이면서도 표면상으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코멘트」. 각국 대표들의 반응을 옮겨보면-.
▲「자고린」 미국 수석대표=중공의 연설내용이나 중도 퇴장은 별반 놀라운 일이 아니며 특별한 사태가 일어났다고 생각지 않는다. 「운크타드」나 「유엔」에서의 중공 발언을 보면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쓰루미」(학견) 일본 외무심의관=작년 「운크타드」때부터 일관된 행동이다.
이 때문에 「에카페」 문제가 생긴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차드타디아」 인도 대표=중공 대표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떠든다.
▲「리·차우·행」=중공이 어떤 반응을 하든 자유다. 그러나 「에카페」 회의장에서는 대표권에 대해 어떤 결의도 못한다. 이 문제는 「유엔」 총회가 다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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