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휴교령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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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이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28일 계엄포고 제1호3항(각 대학교휴교조치)이 해제됨으로써 각 대학별로 날짜를 정해 언제든지 개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0월17일 비상계엄령의 선포로 겨울학기가 시작한지 한달 반만에 문이 닫힌 대학이 6주일만에 다시 정상수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대학교육이 국가·사회발전에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그 이유가 어디 있건 대학의 문이 일시라도 닫혀있다는 사정은 당사자인 학생이나 교직자나 학부무들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견지에서도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국가 백년의 대계를 생각한다면 지식사회의 근간을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서 대학의 문은 보다 넓게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상이다.
국민투표의 결과 유신헌법은 확정 공표 되었고 엄동과 학기말의 12월이 눈앞에 다가선 지금, 휴교조치를 해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시간의 필연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만일 휴교 이후 두 달이나 남은 겨울학기를 법정수업일자도 채우지 못 한 채 방학에 들어갔더라면 거기에 빚어지는 학사상 혼란은 적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번 학기말 이동시에 학년말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한편 지난번 국민투표의 개표결과 대학생을 포함한 전국유권자들의 절대적인 찬성률이 기록되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대학 문을 닫아둘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논리의 필연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휴교조치를 해제하게 된 것이『대학당국과 학생 및 학부형들이 이 조치의 진의를 파악하고 유신파업에 적극 참여하여왔기 때문』이라는 계엄사령관의 설명은 수긍이 간다.
다만 올해에는 예년보다 앞질러 추위가 닥쳐와서 지금의 형편으로는 대학 문을 연다해도 난방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대학에서는 정상수업이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어려운 사정에서 만만치 않은 등록금을 마련한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난방시설의 미비 때문에 문이 열려도 「개점휴업」끌이 되기 쉽다는 대학사정은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에는 앞으로 전국의 모든 대학은 겨울을 이길 수 있는 시설개선에 손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공부에 별로 능률이 오르지 않는 여름은 길었으면 하는 방학이 짧고. 공부에 능률이 나는 겨울은 짧았으면 하는 방학이 오히려 길다는 것은 선진국의 예와는 정반대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한국의 대학이 정치적인 기상에 아랑곳없이 항시 문을 열 수 있는 대학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더우기나 자연의 기상에는 아랑곳없이 언제나 문을 여는 연구와 교육의 전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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