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야기] 숭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3면

해양수산부가 이달의 수산물로 선정한 숭어(崇魚,mullet).

늦가을부터 겨울이 제철이며 수온이 높아지는 봄이 되면 맛이 다소 떨어진다.

송어과에 속하는 생선으로 길이는 40~80㎝이다. 우리 선조들은 숭어의 모양이 길고 빼어나다고 해서 수어(秀魚.首魚)라고도 불렀다. 이름만도 수어(水魚).조어(鳥魚) 등 어림잡아 1백개가 넘는다.

영산강 주변에선 숭어를 성장 과정에 따라 모쟁이.모치.무글모치.댕기리.목시락.숭어로 구분해 부른다. 자라면서 이름이 바뀌는 물고기를 출세어(出世魚)라고 하는데 숭어.농어.방어 등이 여기 속한다(수산과학원 남해연구소 이두석연구관).

연간 4천t 가량이 시장에 공급되는 숭어는 민물과 바닷물을 왔다갔다 하며 지낸다. 살이 오른 숭어엔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즐겨 먹으면 피로회복에 좋다. 껍질엔 세포 재생에 관여하는 비타민인 나이아신이 넉넉하게 들어 있다(1백g당 4㎎).

또 철분이 비교적 많이 들어 있어(1백g당 2㎎) 인체의 조혈(造血)작용에 도움이 된다. EPA.DHA 등 혈관에 좋은 불포화 지방이 들어 있어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등도 예방해준다.

생선회.소금구이.생선국 등의 원료 등으로 쓰이는 숭어(생것)의 살은 물(75%).단백질(22%).미네럴과 지방(각각 1%)으로 돼 있다. 열량은 1백g당 1백5㎉(구운 것은 1백51㎉)로 그리 높지 않다.

숭어의 알로 만든 어란(魚卵)은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음식이다.

염장→건조→압축→재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데다 고급스러워 조선시대에는 대궐에 진상되거나 대갓집의 술안주로 쓰였다.

숭어알과 염건품(鹽乾品)은 지방 함량(1백g당 29g)과 열량(1백g당 4백23㎉)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평택과 전남 영암이 숭어알의 가장 유명한 산지였으나 지금은 영암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예부터 숭어는 영산강과 청천강에서 많이 잡혔다. 특히 영산강 하류의 몽탄 주변에서 잡은 것은 감칠맛이 뛰어나 조선시대 때부터 명성을 얻었다.

한방에선 숭어를 어떤 약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친다.

동의보감엔 "위(胃)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五臟)을 이롭게 하며 살찌게 한다. 이 생선은 진흙을 먹으므로 온갖 약을 쓸 때도 꺼릴 이유가 없다"고 적혀 있다(강남 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한편 숭어는 일본 에도(江戶)시대에 성게.해삼 창자젓과 함께 '천하의 3대 별미'로 꼽히며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