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꿈의 신소재 '폴리케톤' 세계 최초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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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은 10년에 걸쳐 폴리케톤을 개발했다. 지난 4일 ‘나일론 이후 75년 만에 등장한 혁명적 소재’로 불리는 폴리케톤을 임직원들이 모여 확인하고 있다. [사진 효성]

창조경제는 하루 아침에 달성할 수 있는 과업이 아니다. 향후 100년간 기업을 이끌어갈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10년이 넘는 연구개발과 투자도 불사해야 한다. 효성이 독자 기술로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나선 ‘폴리케톤’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효성은 지난 10년간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50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뚝심있게 개발을 지속해 온 결과 국내 최초로 신개념 고분자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 효성은 앞으로 2년 안에 연간 5만t 규모의 폴리케톤 양산체계를 갖춰 2020년까지 1조원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폴리케톤은 일산화탄소·에틸렌·프로필렌 등을 이용해 만든 친환경 고분자 소재로, 자동차·전자·산업자재 부품에 쓰인다. 나일론에 비해 충격에 견디는 힘이 2.3배 세고, 화학물질에 대한 안정성은 1.4~2.5배에 이른다. 현존하는 가장 단단한 소재인 폴리아세탈(POM)보다 14배 이상 강력한 물질이기 때문에 자동차 연료계통 부품, 전자제품 내·외장재 등으로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와 올레핀(에틸렌·프로필렌)을 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기중 유해가스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효성 이상운 부회장은 “1938년 나일론이 개발된 이후 업계에서는 (폴리케톤을) 75년 만에 등장한 혁명적 소재로 부른다”고 자랑했다. 효성은 국내 133건, 미국·유럽·중국 등 해외 27건의 관련 특허 출원·등록을 마쳤다.

 폴리케톤은 70년대 이후 영국계 정유회사 셸 등이 양산화에 도전했으나 촉매제 개발부터 애를 먹으면서 번번이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성은 2004년 조석래 회장의 지시로 개발에 나섰다. 효성 관계자는 “외환위기 와중에 (효성은)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업부를 매각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며 “이에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소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한 결과 세계 소재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성과를 올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지난해 3월 울산 용연공장에 1000t 규모의 폴리케톤 생산시설을 만들어 시험 가동을 했고 한국·독일 등 100여 개 업체에 시제품을 공급해 품질을 인증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효성은 2년 안에 2000억 원을 투자해 연산 5만t 규모의 폴리케톤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까지 1조500억 원대 추가투자를 할 것”이라며 “87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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