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에 능란한『꾀 많은 디크』|"미 대통령 「닉슨」은 이중성격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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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69년 대통령 취임선서에서『공산진영은 침략의 야욕을 버리고 평화모색에 힘쓰라』 고 외치던 「닉슨」 미 대통령은 최근 오히려 미-중공 정상회담을 갖는가 하면 종래 자유주의 무역정책에서 보호주의로 정책을 바꾸는 등 화려한 변신을 하고 있다.
「닉슨」의 이런 정치행동에 대해 미「매서추세츠」 대학 행동과학연구소의 「브루스· 매즐리쉬」교수는「닉슨 연구」라는 책을 발간, 이모저모 분석을 가함으로써 화제가 되고 있다.
일련의 외교, 경제정책에서 심한 탈바꿈을 하여『꾀 많은「디크」』라는 「닉·네임」까지 붙게 된 「닉슨」 대통령은 어린 시절부터 심한 『감정의 충돌』을 가진 『이중성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그의 이러한 성격은「퀘이커」 교도인 어머니와 감리교 신자인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닉슨」의 어머니는 평화를 신봉하는 「퀘이커」신자로 「닉슨」이 2차 대전 중 해군에 입대한 것을 심히 못마땅하게 여겼었다. 이와 반대로 논쟁을 좋아하고 신경질적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닉슨」에게 늘 경쟁에
서 이길 것을 가르쳤으나 가정에서의 위치는 그의 어머니보다 약한 「공처가」였던 것 같다.
12살이 되기까지 투쟁적인 아버지의 의사를 따랐던 「닉슨」이 2차 대전 후 공산주의로부터 서부 「유럽」을 보호하기 위한「마셜·플랜」에 참여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닉슨」이 행정부의 각료 중 입심 좋고 호전적인 「애그뉴」 부통령, 과단성 있는 「미첼」 법무장관이 낀 것은 이러한 「닉슨」의 성장환경과 비추어 볼 때 흥미롭다.
이와 반대로 「닉슨」은 평화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영향이 한쪽에 작용, 1960년도 대통령후보지명 연설에서 『나의 중요 관심사는 외교정책에 있다. 그 이유는 현대세계정세는 외교정책에 의해 움직이며 미국 대통령의 역할은 세계평화에 공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약한 성격의「로버트·핀치」가 「닉슨」의 절친한 친구라는 사실은 바로 이런 어머니의 영향을 의미한다.
따라서 「닉슨」이 월남전에 관한 정책결정을 갑자기 바꾼다던가, 중공을「적에서 친구로」 인정하는 태도는 그의 이런 「성격의 이중성」에 기인된다고 「매즐리쉬」 교수는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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