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정치적 통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20일부터 「브뤼셀」에서 「유럽」 공동체 (EC) 확대 각료 회의 10개국 외상 회의가 열렸다. 오는 10월 정상 회의에서 유럽이 공동체 산하 영·불·서독·이·「벨기에」·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룩셈부르크·「에이레」 등 10개국은 EC 지역 경제 및 통화 문제 정치적 통합 문제, EC와 세계 기타 지역과의 관계 개선 문제를 3대 과제로 논의키로 되어 있는데 금차의 10개국 외상 회의는 상기 3대 과제 해결의 소지를 마련하는 한편, 확대 「유럽」 공동체가 공산 세계를 포함한 세계의 기타 지역과 가질 관계를 중점적으로 토의하고 있다고 전한다.
「유럽」의 경제적·정치적 통합은 20세기 후반기에 제기된 「유럽」의 일반적인 과제였는데 2차 대전 후 얼마동안을 구 「나치」 독일의 포학한 침략과 지배에 대해서 심한 악감을 가지고 있는 서구 제국의 반독 감정으로 말미암아, 또 60년대 후에는 영·불간의 패권적 대립으로 말미암아 그 실현이 지지부진 했었다. 그랬던 것이 작년 가을 「프랑스」가 종전의 완강한 주장을 굽히고 「유럽」 경제 공동체 (EEC)에의 영국 가입을 인정하게 되자 「유럽」의 경제적·정치적 통합의 기운은 급작스럽게 성숙하게 되었고 「유럽」 공동체 확대 각료 회의 10개국 외상 합의가 드디어 개막을 보게된 것이다.
영국의 EEC 가입 결정은 EEC로 하여금 명실을 겸전한 「유럽」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소지를 마련했었는데, 경제적 통합 분야에서 앞으로 남은 문제는 가입 제국을 묶어서 하나의 단일 경제 체제 속에 편입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얼마나 대담하게, 또 신속히 취해 나가는가에 있다. 「유럽」의 경제 통합 작업이 지지 부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럽의 신문들이 솔선해서 국경을 넘는 통합 작업을 벌여 「유럽」 지역 전체를 상대로 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 이것은 문화 교류 면에 있어서는 벌써 「내셔널리즘」 적인 장벽이 무의미해졌음을 입증하는 것인데, 문화의 영역에 있어서 통합의 촉진은 유럽의 경제 통합이나 정치 통합을 촉구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유럽」의 정치적 통합은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유럽 연방』 수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북대서양 조약이라는 군사 동맹 체제 속에 편입되어 있는 서구 제국들이 미국의 핵 보호를 받고, 또 그 군사적 지원을 얻어 가지고, 간신히 안전 보장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리한 「내셔널리즘」적인 대립으로 말미암아 정치적 통합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은, 비록 그것이 역사적 유산의 소치라고는 하지만 시대 착오의 느낌이 없지 않다.
최근 수년 내 동·서간 대립의 해빙으로 말미암아 「유럽」에는 「상대적인 안정」이 형성되어 있는 탓으로 북대서양 조약 기구도, 「바르샤바」 조약 기구도 공히 그 존재 의의를 감소하고 있는 것만은 부인치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동·서 독립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니 미국이 세력권 정책을 후퇴시키는 징조를 노골적으로 보이게 됨에 따라 서구 제국들이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더욱 굳게 결속해야할 필요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가 EEC를 가리켜 『하나의 현실』이라고 평한 뜻이 무엇인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소련이 서구 제국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통합하여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강력한 연방이 되는 것을 겁내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유럽」의 통합·단일화 작업은 소련의 치열한 반대에 부닥칠 것을 예상하면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10개국 회의가 「유럽」 공동체와 세계의 기타 지역과 가질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어 나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유럽」에 관한 한 국가 주권지상주의가 퇴색하고, 광역 국가 성립을 활발히 모색하게된데 세계사적 현 단계의 특징이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