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개발, 세계 톱7 진입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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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직원이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실험하고 있다. 혁신신약은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는 미래 경쟁력이다. [사진 유한양행]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한국 제약산업이 그렇다. 국내 시장에서‘우물 안 개구리’식 경영에서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산 혁신 신약을 통해서다. 해외진출 성과도 고무적이다. 보령제약은 자체 개발한 고혈압신약 ‘카나브’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국내 제약산업에서는 최초다. 휴대폰·반도체 등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지만 미래 신성장동력으로써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셀트리온은 세계에서 최초로 바이오시밀러를 제품화에 성공했다. 중앙일보는 한국제약협회와 공동으로 약(藥)의 날을 기념해 국내 제약산업의 현황·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 세계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제약사를 소개한다.

◆국내는 좁다…세계로 나가는 제약기업들=국내 제약산업 기술력은 이미 세계 상위권 수준이다. 한국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한국은 미국·영국·일본 등과 함께 세계 10번째 신약개발국”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99년 SK케미칼에서 위암치료제 ‘선플라주’를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이후 올해까지 7월 시판허가를 받은 종근당의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정’에 이르기까지 무려 20개의 신약을 갖고 있다. 약의 효능·효과와 사용 편의성을 높인 개량 신약과 천연물을 원료로 한 천연물신약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신약은 개발 기간이 길고 제품화가 까다로워 자체적으로 의약품을 개발·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손가락으로 꼽는다.

 조그만 알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약품이 갖고 있는 가치는 상당하다. 우선 강력한 경제 파급력이다. 2011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인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화이자)의 연간 매출액은 125억 달러(한화 13조 원)다. 이는 현대차 아반떼 약 100만 대 수출과 맞먹는다. 혁신신약을 개발해 제품화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도 낮다. 하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이름을 올린다면 단숨에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다.

◆자동차·반도체 보다 큰 의약품 시장 가능성은 무한대=국내 제약업계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크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에 따르면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은 1040조원 규모다. 자동차·반도체 세계 시장을 합친 것 보다 크다. 물론 국내 의약품 시장은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활동하는 곳은 더 이상 한국이 아니다. 동아ST·유한양행·녹십자·종근당·안국약품·일동제약 등 22개 제약사는 이미 중국·브라질·인도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제약사와 공동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위탁생산하기도 한다. 그만큼 국내 제약기업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바이오 의약품도 한국 제약기업에게는 좋은 기회다. 한국은 생명공학(BT) 인프라가 우수하고, 임상시험 능력이 뛰어나다. IT를 기반으로 바이오의약품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급성심근경색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AMI’(파미셀)을 시판허가했다. 올해는 셀트리온이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항체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취득하기도 했다.

 의약 주권을 확립하는 데도 제약산업은 중요하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녹십자는 백신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인플루엔자 대유행 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UN 인권위에서도 의약품 생산기지 확보여부를 국민 건강권 필수 요소로 지목했다. 실제 대만·동남아 등은 현지 제약기업이 무너지면서 해외에서 의약품을 전량 수입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해 같은 약을 다른 나라보다 비싼 값을 지불한다. 해마다 비싸지는 약값으로 국가 재정 부담이 높아진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이경호 회장은 “제약산업은 BT 분야 핵심으로 융복합 첨단산업”이라며 “국민건강권을 지키면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2년 한국화학연구원은 제약산업에서 매출 10조가 증가하면 3배 직·간접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세계 7대 제약강국 ‘시동’=정부도 국내 제약사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미 미국·EU·일본 등 선진국은 국가차원에서 제약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국내 제약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이제는 국내 제약사 중에서도 글로벌 제약사가 나올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현재 제약산업 R&D 규모를 2배로 확대한다. 또 바이오시밀러·줄기세포치료제 등 유망분야 투자를 집중하고 신약개발 R&D 산업 연계성을 강화해 한국형 R&D 성공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투자 기반도 강화한다. 글로벌제약산업 육성펀드를 조성해 성공가능성이 높은 제약기업의 투자 확대를 지원한다. 올해 1000억원 조성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5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이 외에도 제약산업 핵심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제약기업의 전략적 해외진출도 지원한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제약·바이오 인프라 구축에도 힘쓴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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