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주 제국 회의」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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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산경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일본 외무성은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의 안전보장을 위해 『「아시아」 제국회의』 개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 외무성이 「아시아」에 지역안보 체제실현을 추진하게 된 것은 미·중공회담 결과 「아시아」에 있어서의 미국 지상병력의 철수문제가 조기화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아시아」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 제국의 군비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은 이러한 계획을 「제네바」 군축위원회에서 일본의 「이시보리」 대사가 행할 일반 연설 속에 포함시켜 제의함으로써 미·소를 포함한 군축위원회 「멤버」들의 협력을 구할 계획을 갖고 있음을 밝혔다고 한다. 「아시아」 정세의 변화에 즉응하여 「아주결제동맹안·아주제국과의 분업 체제안」 등 동남아경제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일련의 구체적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일본이 국제정치면에서도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해 「아시아」 제국회의 개최를 추진하게 된 근본적인 동기는 물론 이해할만하다. 그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에 의한 세력권 정책이 후퇴과정에 들어섰고, 또 미·중공 관계개선의 움직임 등으로 말미암아 「아시아」에 새로운 정세가 싹트기 시작했는데 이 전환기를 이용하여 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또다시 「아시아」 패권국가가 되어보려는 속셈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는 「팩스·루소·아메리카나」(미·소에 의한 세계평화 체제)의 붕괴가 자아내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힘의 진공상태를 메우고 과도기의 불안과 동요를 최소한으로 억제키 위해 「아시아」에 새 안보체제를 수립할 필요를 느끼는데 조금도 인색치 않다. 그렇지만 일본이 주동이 되고, 중공까지 포함시킨 『안보를 위한 「아시아」제국회의』의 개최는 미국이 「아시아」 제국과 맺고있는 동맹관계 유대를 필연적으로 약화시키고 장차 「아시아」지역을 일본 및 중공의 지배하에 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회의와 경계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설사 일본 외무성이 구상하고 있는 대로 중공을 포함한 「아시아」 제국회의를 개최하여 무력부 행사 선언을 하고 「아시아」 제국의 군비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아시아」의 안전보장에 대해서 얼마만큼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도 큰 의문이다. 왜냐하면 「무력불행사 선언」이 준수되리라는 보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1920년대 후반기 「파리부전조약」의 성립과 파탄의 역사가 웅변히 입증하고 있을 뿐더러 사회체제를 달리하는 국가 상호간의 군비관리란 실제에 있어서 불가능한 것으로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집단안보 기구인 NATO와 동구의 집단안전 보장기구인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공히 해체하거나, 혹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남겨 둔 채 「유럽」의 일반적인 안보체제를 만들자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나타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천의 실마리를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시아」 제국이 타산지석으로 배워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운명을 「아시아」의 제국이 결정하고, 또 「아시아」의 안보를 「아시아」제국이 책임지자는 논은 얼핏 들으면 타당해 보일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세계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동시 생활권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또 미·소 등 두개 초 핵 대국이 아직도 세계질서를 좌우하고 있는 오늘의 시대상황에 있어서 「아시아」 제국에 의한 「아시아」 안보란 한낱 공허한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할 것이다. 게다가 구 일본제국이 이른바 「대동아 공영권」의 이름아래 「아시아」 제국의 독립과 생존권을 유린하던 당시에 사용했던 구호가 『「아시아」인의 「아시아」』였던 것을 생각하면, 일본주도하의 「아시아」 제국 안보회의 개최란 암만해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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