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이민을 간다고-박홍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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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친구도
반백이 된 이제
가족을 거느리고
멀리 백인들의 땅으로
이민을 간다고
선대의 묵은 채무라도 청산한 듯이
아주 홀가분한 심정인 모양인데
내가 분별없이 감상에 젖는 것은
우리들 마을에 살고 있은
산동성이 고향이라던
늙은「장괘」가 회상되어서인지
저 하늘과
저 산과 강은
지구 위에 어디에나 있는 것
인정 역시 어디에나 있는 것
허나 이 땅의 그것들에 차마
결별하지 못함은
오로지 내가 범부인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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