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태풍 할퀸 필리핀 …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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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9일 태풍 하이옌이 할퀴고 지나간 필리핀 중부 레이테 섬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오죽하면 리처드 고든 필리핀 적십자사 총재가 11일 현지 상황에 대해 “절대적인 혼란”이라고까지 표현했을까. 적어도 1만2000명이 숨지고 8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428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니 엄청난 재앙이다. 가족과 이웃,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받는 필리핀 국민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이번 태풍은 상륙 당시 최고 풍속이 시속 379㎞로 역대 최강급이다. 인간의 힘으로 대항하기 쉽지 않은 불가항력의 수퍼 태풍이다. 필리핀 당국이 군 병력을 동원해 긴급 구호작업에 나서고 국제사회의 원조도 잇따르지만 인명 구조와 이재민 구호가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필리핀에 최대한의 성의로 구호와 복구를 위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신속히 뻗는 일일 것이다. 당장 필요한 구호식량과 의약품, 깨끗한 식수 등을 실어나르고 긴급 구조·구호팀과 의료진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어려운 때 발 벗고 나서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지 않은가. 곤경에 처한 친구를 돕는 일에는 정부와 민간이 따로 없을 것이다.

 6·25전쟁 참전국인 필리핀은 활발한 인적 교류로 한국과 더욱 가까워졌다. 정부의 ‘2012 국적 및 체류자격별 체류 외국인 현황’에 따르면 5959명의 결혼이민자를 포함해 4만2219명의 필리핀인이 한국에 체류한다. 결혼이민자 숫자는 중국·베트남 다음으로 많다. 사돈국가인 셈이다.

 한국은 힘든 상황에 처한 필리핀에 가장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웃이 돼야 한다. 도울 수 있는 최대 규모로 지원하되 민간 차원의 모금운동도 곧바로 전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피해 지역 출신으로 한국에 시집 온 필리핀 여성들이 고향의 가족을 찾아 위로하는 인도주의적 사업도 필요할 것이다. 그게 한국의 전통적인 인정이 아닐까. 필리핀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