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3대 정보기관 수장 '세상 밖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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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MI6는 영화 ‘007 시리즈’의 모델이 된 영국의 해외정보기관이다. 영국 정부가 1994년에야 그 존재를 처음으로 공식 확인해줄 정도로 극비리에 활동하는 조직이다. 국내 정보를 담당하는 MI5의 최고책임자 이름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92년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에 깊숙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정보통신본부(GCHQ)의 수장은 영국 언론에조차 드러나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이처럼 철저히 베일에 싸인 영국 3대 정보기관 MI5·MI6·GCHQ를 이끄는 앤드루 파커(51), 존 소어스(57) 경, 이언 로반 경이 한꺼번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들 3인은 7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열린 정보안보위원회(ISC) 청문회에 나란히 출석했다. ISC의 한 위원은 “최근까지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들은 공개석상에서의 발언이나 청문회 증언을 자신들의 업무라고 여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이들을 청문회에 끌어낸 사람은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으로 미 NSA의 도청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었다. 전 외무장관 말킨 리프킨드가 위원장인 ISC의 정보기관감시권 강화에도 한몫했다.

 로반 GCHQ 국장이 특히 관심의 초점이 됐다. 2008년 취임한 그는 그동안 한 번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외교관 출신인 MI6의 소어스 국장은 대이란 정책에 정통하며 다우닝가의 신임이 높다. 6개월 전 취임한 파커 MI5 국장은 NSA의 도청을 특종 보도한 가디언을 노골적으로 비난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파커 국장은 52명이 숨진 2005년 7월 런던 동시다발 테러 당시 대테러 임무 책임자였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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