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공사장 유골 50구 정체는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 건물 신축공사 현장. 땅을 평탄하게 만드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현장 인부들의 눈에 검붉은 흙 사이에서 낯선 물체가 발견됐다. 사람의 두개골과 뼛조각들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한국전쟁 당시 전투 중 사망한 군인들의 유골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연락했고 감식단의 검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감식단은 총기·장비·군복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군인 유골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혜화서 관계자는 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신원과 사망시기 등을 밝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 정확한 유골의 수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50구 정도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유골이 발견된 장소가 과거에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된 건물 철거 현장과 가까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연건동에서는 2008년 11월 옛 한국국제협력단(KOICA) 건물 철거 당시 유골 28구가 발견된 바 있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경성제국대학 의학부가 인접해 있었다. 국과수는 당시 톱으로 잘린 흔적이 확인된 점으로 미루어 해부용 시신으로 결론 내렸다. 국과수는 일제가 실험용으로 쓰기 위해 모아뒀던 시체들을 패망 후 철수하면서 태운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정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