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팀 NC서 10승 … 신인왕은 이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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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홈런 등 타격 4관왕 넥센 박병호(오른쪽)와 10승 투수 NC 이재학이 4일 열린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각각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민규 기자]

“저를 키우느라 고생만 하신 할머니께 이 상을 바칩니다.”

 2013 프로야구 신인왕은 이재학(23·NC)에게 돌아갔다. 이재학은 총 98표 중 77표를 얻어 유희관(27·두산·13표)과 나성범(24·NC·8표)을 가볍게 제쳤다. 그는 1991년 조규제(쌍방울)와 2000년 이승호(SK)에 이어 신생 구단에서 탄생한 세 번째 신인왕이 됐다.

 2010년 두산에 2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입단한 이재학은 이듬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이적했다. 진입장벽이 낮은 신생팀에서 그는 신나게 던졌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2.88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10승5패1세이브를 기록했고, 탈삼진(144개)과 승률(0.667)은 공동 6위에 올랐다. 특히 개막 후 7연패 끝에 이뤄낸 NC의 창단 첫 승(4월 11일·잠실 LG전)과 팀 사상 첫 완투·완봉승(7월 31일·문학 SK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재학은 “경쟁이 치열해서 솔직히 자신 없었다. 희관이 형이 포스트시즌에서 정말 잘 던졌는데, 투표가 포스트시즌 직전에 이뤄져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이어서 정말 기쁘다. 내년엔 올해 10승에서 1승을 더한 11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담담한 수상 소감을 마무리하다 그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어린 시절 할머니 김정자(73)씨 밑에서 자란 그는 “할머니가 2년째 (뇌졸중으로) 병원에 누워 계신다. 가슴이 많이 아프다”며 “아마 지금은 병원에서 TV로 수상 장면을 보고 계실 것 같다. 이 상을 할머니께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영호(51)씨는 “시즌을 앞두고 아들이 3점대 평균자책점과 10승, 그리고 신인왕 수상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며 “할머니가 재학이를 애지중지 키우셨다. 정말 기뻐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글=서지영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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