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해도 외유바람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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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의 학원질서확립을 위한 특별명령이 곧 발표된다는 소문 때문에 15일 아침의 정가는 그 내용을 수소문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당무회의를 하고 있던 공화당 간부들은 특별명령의 내용이 사전에 당에도 통보되지 않아 신형식대변인과 당 선전 부에서도 청와대로 전화를 걸어 이를 알려했지만, 알기가 힘들어 결국 방송의「스포트·뉴스」를 녹음 해다 당무회당에서 이를 들었고 국회의 공화당 총무 실에서는 장영순 부 총무 등이 방송을「메모」했다.
백남억 당의장은『대통령이 결심한 것이니 공화당 소속의원들은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고 논평했고 일부 당무위원들도『이 사태로 야당태도가 굳어져 국회가 더욱 어렵게 되겠다』고 걱정했다.
신민당도 마찬가지. 원내대책 5인수권위의 고흥문 윤제술 두 정무회의 부의장, 정해영 국회부의장, 김재광 총무는 아침부터 국회 안의 당 대표위원 실에 모여 앉아 총무 실 실무자들에게 정보를 입수토록 했고, 김수한 대변인은 공화당 총무 단에 가서 김임식 부 총무를 붙들고 내용을 물어보기도.
감기 때문에 집에 쉬고 있던 김홍일 당대표는 비서실에『내용을 빨리 파악해서 연락하라』고 서너 차례나 독촉했으나 발표순간까지 아는 사람이 없어 그저『모른다』고만 대답했고….
특별명령이 발표되자 당 간부들은『학원에 검거 바람이 불 것 같다』면서 앞으로의 일을 크게 우려했다.
국회는 공전해도 의원들의 외유바람은 여전하다. 백두진 국회의장을 수행해서 이두현(공화), 이종남 의원이 대만에, 김종필 총리와 함께 임충식(공화), 윤길중(신민)의원이「이란」 에 나가 있으며 이밖에도 신민당의 유진산(구라파), 박병배(일본), 나석호(미국)의원 등이 외유 중이고 오는 17일에는 양일동(신민), 장덕진(공화·영등포 갑)의원이「유엔」정세조사차 미국에 파견되며 11월에는 정해영 부의장(신민)을 단장으로 한 9명의「매머드」APU대표단이, 그리고 한-일 협력 위「멤버」들이 대거 출국할 예정.
공화당은 소속의원들의 외유를 막지는 않고 있으나 의석 차가 근소한 상임위운영을 고려해서 회기 중에는 야당의원과 짝을 지어나가는「페어·시스템」에 한해서 허락하고 있다.
총무처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공무원의 청탁을 막기 위해 5급 공무원 임용은 각도 단위로 뽑아 합격자는 그 도에 근무케 하고 시험에서 배치까지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
총무처의 한 관계자는『지난번 공개시험을 통해 채용한 3급을 합격자 2백 명 중 85%가 이권 부서를, 5급을 합격자 2천명 중 3백94명을 제외하곤 모두가 서울과 부산을 지망했다』면서 자리청탁을 둘러 싼 부정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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