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숨통 막는 미 관세장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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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르·몽드=본사특약】미국의 경제조치는 지난 15년간 지속돼온 전세계 교역량의 성장추세를 중단시키게 될 것인가? 이의 해답은 선진부국뿐만 아니라 제3세계의 저개발 나라들까지도 크게 궁금해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즉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들의 교역량을 중대시키는 데서 찾을 수 있기 때문. 이들 국가들이 외채의 부담아래 질식당하는 것을 피하려면, 즉 외채를 갚고 또 경제개발에 필수적인 수입자금 조달을 위해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여야만 한다.
만약 현 통화 혼란이 속히 해결되지 않고 선진공업국간의 경쟁적 보호장벽을 구축하면 그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바로 개발도상국가들이다. 「닉슨」대통령의 경제조처가 무기한으로 실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선행해야 한다. 즉 미국의 10% 수입과정이 미국통상 정책의 확실한 역전을 뜻하지 않아야 하고 제3세계에 대한 미국의 외원 10% 삭감이 다른 부유국에 의한 외원 삭감경향을 몰고 오지 않아야만 한다.
미국의 「8·15조치」가 있기 전에도 제3세계가 받아온 공업국의 무역압력은 지나칠 정도였다. 전세계교역량에서 제3세계가 차지하는 몫이 점점 줄어들어 60년의 21·3%가 70년에는 17·6%로 떨어졌다. 세계 통상총량이 연간 평균 8%나 증가해 온데 비해 저개발국들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목인 1차 산품(원자재)의 수출량은 연간 5·6%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따라서 세계 통상량이 이보다 완만하게 증가한다면 그것은 제3세계 국가들의 곤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미국은 「유엔」무역개발 회의에서 수입품에 대한 10%부가세는 저개발국의 주요 수출품인 광물 및 농산품 등에 대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가난한 나라들의 대미수출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1차 산품이 미국의 새로운 보호 무역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나머지 30%인 공산품에 대한 관세인상을 비관세 품목인 70%의 경우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제기시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경우 공산품의 대미수출은 그 나라 경제발전의 기본적인 촉진제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이래 저개발국들의 대 선진국 공산품수출은 연간 15·8%의 비율로 팽창해졌었다.
1969년에만 해도 제3세계의 가공품 수출은 총 62억2천1백만달러에 달했는데, 그 중의 반이 대미 수출이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 60%가 「홍콩」 대만 한국 인도 등 4개 아시아국을 포함한 6개국이 차지하고 있었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10% 관세인상 때문에 중단된다면 비단 이들 수출 당사국들만이 큰 피해를 보는게 아닐 것이다.
그들 말고도 무역증대를 통해 외채를 청산하려고 노력하는 다른 가난한 나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의 채무는 69년 현재 6백억달러에 달했고 70년에 와서 13%가 늘어났다.
미국의 수입 부가세 과징은 미국이 저개발국들에 적용한다고 공약한 관세특혜에 어긋나는 것이며 후진국들도 이점을 모를리 없다. 유럽의 선진공업국들은 오랜 논의 끝에 지난 7월1일 섬유류 등 몇 개의 유보사항을 제외하고는 개발도상국들의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 않는다는데 동의한바 있다. 그러나 워싱턴은 유럽의 전례를 따르기를 거부, 오랜 교섭 끝에 성과를 무산시키게 될지 모른다.
관세인상과 더불어 미국은 외원에 대해서도 10%를 감축하는 통에 후진국은 원조면에서도 타격을 받게되었다.
이 원조 삭감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또는 이 조치가 차관·무상·공여·수출신용·경원 및 군원 등 모든 부문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관세인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외원 삭감 역시 다른 원조 제공국들이 미국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둘 대 대단히 위험한 전망을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강대국인 미국이 이길 수 없었던 유혹을 여타의 부유국들이 이겨 낸다는 건 보통 어려운 안이 아닐 것이다. <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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