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군인은 잘 먹어야 잘 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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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 병사들의 한 끼 식비가 2144원으로 공개됐다. 3480원인 중학생 급식단가는 물론 초등학생의 급식비(2880원)보다 낮다. 육체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할 병사들이 제대로 먹고 있는지 걱정될 정도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장병들의 식비에는 학교 급식에 붙는 인건비나 전기요금 등 관리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장병들과 전·의경들의 낮은 급식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별달리 나아진 게 보이지 않는다. 올해 중학생의 급식단가는 전년 대비 17.8% 오른 반면 군 급식비는 3.3% 오르는 데 그쳤다. 여기에다 국방부의 궁색한 해명에는 앞으로도 군 급식을 크게 개선할 의지가 엿보이지 않아 더 걱정스럽다.

 우리 병사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 입대했다. 그리고 우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한 선진국이고, 세계 15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군 급식은 우리 사회의 발전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전역자들을 중심으로 “쓰레기 만두 파동 때는 하루 세 끼 만두가 나왔고, 조류 독감 때는 닭요리만 줬다” “소 구제역이 터졌을 때 유일하게 쇠고기를 배불리 먹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군 급식에 대한 불만이 꼬리를 무는 것이다. 일본 방사능 괴담으로 생선 소비가 줄어드니 이제 장병들에게 생선만 먹일 텐가?

 군대는 잘 먹어야 잘 싸운다. 장병들을 제대로 먹이는 데 드는 세금을 아까워할 납세자는 없다. 군 급식단가를 3000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예산은 연간 7000억원 수준이다. 참고로 5세 이하 무상보육 예산의 10%만 아껴도 충분히 메우고 남는 금액이다. 예산 낭비만 제대로 감시해도 장병들을 잘 먹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언제까지 국방의 의무만 내세워 일방적인 충성을 요구할 수 없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마을 촌장은 “뭘 좀 마이(많이) 멕여야지(먹어야지)”라고 했다. 그래야 마을 사람들이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이제 장병들이 이 나라를 지켜야 할 이유를 마련해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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