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건 유죄, 통진당 대리투표 … 12번째는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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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중에는 현재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진당 의원이 세운 회사의 직원 및 함께 구속된 조양원(50) 사회동향연구소 대표도 포함돼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송경근)는 지난해 4·11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통진당 당내 경선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알려주거나 다른 사람의 인증번호를 받는 방식으로 대신 투표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된 최모씨 등 45명에게 7일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단의 핵심 근거는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 및 대통령 선거에 대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 등 4대 원칙이 당내 경선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직접·비밀선거’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대리투표해 업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률상 4대 원칙을 당내 경선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단지 ‘민주적 절차에 따라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고만 돼 있는 등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투표를 대리해준 사람들 간의 관계가 부모자식, 부부 등의 신뢰 관계에 있는 사이고 대부분이 1표 정도를 대리 투표한 만큼 조직적 경선 개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선거권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상당한 규모의 조직적 대리투표가 아니기 때문에 도덕적 비난과는 별개로 형사책임을 묻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대검찰청 공안부가 지난해 관련 사건을 수사해 총 510명을 기소한 사건 중 처음 나온 무죄 판단이다. 지금까지 선고된 11건의 사건에서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같은 법원 형사8부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백모씨 사건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비례대표 당내경선은 정당의 대표자나 대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와 달리 간접적으로나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의 성격을 지닌 만큼 공직선거의 4대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유죄 취지를 들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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