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화한 부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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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스웨덴」의 유명한 경제학자「군나르·뮈르달」의 대저 『「아시아」의 「드라머」』는 「부패」에 관해 한장을 할애하고 있다. 「뮈르달」은 이 저서에서 「아시아」지역의 후진적 경제구조에 관한 전반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무려 3권에 걸쳐 2천2백여「페이지」에 이르는 대 저술이다.
「부패의 장」에서 「뮈르달」은 『민요화한 부패』(folklore of corruption)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박대통령도 연두기자회견에서 이 문구를 인용한바 있었다. 부패는 그만큼 국민의 시비거리가 아니면, 「가십」으로 입에 오르내리며, 이에 대한 증오가 하나의 신념을 이루다 시피했다. 「민요」란 바로 그런 국민감정에 영합한 것이다.
얼마 전에 어떤 시인의 「담시」가 인구에 회자했던 것도 우연은 아니다.
「뮈르달」은 이런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인도 「뉴델리」의 한 고위 경찰간부가, 친구인 작가에게서 이런 불평을 들었다.
『교통법규를 제멋대로 어기는 「택시」운전사들을 좀 엄하게 다스리지 왜 그냥 내버려두나?』
경찰간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교통순경이 운전사에 주의를 주려고 하면 『저리 가라!』고 고함을 지른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운전사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10「루피」를 달란다고 사람들에게 떠들어 댈테야.』
물론 그 순경은 사실대로 그런 일이 전연 없다고 부인할 것이다. 운전사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다.
『그걸 누가 믿나?』
「뭐르달」은 부패를 마치 『뻑뻑한 기계』에다 비유한다. 정치나 경제라는 기계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기름을 치는 것과 같다고.
물론 그는 남부「아시아」지역의 경우를 지적해 말한 것이다.
부패는 유형별로 대개 세가지로 나누고 있다. 정치부패·경제부패, 그리고 상·하급관리의 부패.「뮈르달」은 그 부패를 치유하는 원초적 방법으로 정치정화를 주장했다. 기업가들에 의한 정치헌금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엔 인간의 도덕적성실성(integrity)을 지적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하급「샐러리맨」들의 급여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의 복지시책에 있는 것 같다. 「뮈르달」은 바로 영국이나 「네널란드」, 그리고 「스칸디나비아」제국의 예를 든다. 미국과도 판이하게 이들 국가에선 부패가 엄연하고 당연한 「터부」라는 것이다.
우선 높은 도덕수준의 정치가들이 철학적인 신념에서 정직한 복지국가건설에 매진하는 자세가 제1의 요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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