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대호 대신 병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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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올 시즌 타격 5개 부문 선두를 달리며 대형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박병호가 22일 목동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시즌 33호 홈런을 날린 뒤 공의 궤적을 바라보고 있다. 김진경 기자

프로야구에 박병호(27·넥센)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일본에서 뛰는 롯데 4번 타자 출신 이대호(31·오릭스)의 빈자리를 메울 만큼 성장했다.

 박병호는 현재 타격 5개 부문 선두다. 홈런(33개)과 타점(105개), 장타율(0.592), 출루율(0.435), 득점(83개)에서 순위표 맨 위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2010년 타격 7개 부문을 싹쓸이한 이대호 다음가는 다관왕 타자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대호가 2012시즌 일본으로 떠난 뒤 한국 프로야구는 대형 타자 가뭄에 허덕였다. 2011시즌 홈런·타점·장타율 1위 최형우(30·삼성)는 2012년에는 14홈런·77타점으로 부진했다. 그사이 타격 3관왕과 정규시즌 MVP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박병호였다.

 박병호의 펀치력은 이대호에게 밀리지 않는다. 지난해 31홈런·105타점을 올린 그는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넘겼다.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은 이대호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이대호는 44홈런을 때린 2010년을 빼면 30홈런을 넘긴 시즌이 없었다. 추석 연휴 기간 4홈런을 보탠 박병호는 홈런 2위 최정(SK)과 격차를 5개로 벌렸다.

 박병호가 지난 시즌 홈런·타점·장타율 1위에 올랐지만 이대호의 뒤를 이을 타자라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이대호는 장타를 치면서도 타율 1위에 세 차례 오른 ‘정교한 거포’였다. 이에 반해 박병호의 지난 시즌 타율은 0.290에 머물렀다. 파워는 뛰어나지만 정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올 시즌 박병호가 ‘포스트 이대호’로 거론되는 것은 그 약점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타율 0.318로 6위를 달리고 있다. 3할 타자로 발돋움한 것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박병호에 대해 “상대의 견제가 심해졌는데 욕심을 안 부리면서 참고 기다린다. 그래서 얻은 게 애버리지(타율)다. 자신만의 타격 존을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에 비해 볼넷(73개→84개)이 늘고, 삼진(111개→89개)이 줄었다. 스트라이크만 골라서 때리니 타율이 오르고 출루율과 득점 1위가 따라왔다. 이대호처럼 투수가 두려워하는 ‘멀리 치고 잘 맞히고 쉽게 속지 않는’ 완성형 타자가 된 것이다. 박병호는 “더 잘하고 싶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호 이후 사라진 40홈런 타자에 홈런 7개를 남겨놨다.

 박병호가 33호 홈런을 친 넥센은 22일 홈에서 롯데를 4-3으로 꺾고 5위 SK와 승차를 8경기로 벌려 2008년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거의 굳혔다. 박병호는 1-2로 뒤진 5회 말 비거리 130m의 대형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LG는 마산 원정에서 이병규(등번호 7)의 3점 홈런을 앞세워 NC를 6-1로 꺾고 1위 삼성과 승차를 없앴다. LG는 2002년 이후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도 확정했다. 두산은 KIA를 11-3으로 크게 이기고 3연승했다. SK에 2-3으로 진 한화는 최하위(9위)가 확정됐다.

글=김우철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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