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소비·투자 부진에 마땅한 경기부양 카드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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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박근혜정부 경제팀의 올해 경제성적표 마감일이 3개월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현 부총리는 지난 6개월간 하반기 3%대 성장을 약속하면서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달라지게 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두 차례에 걸친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된 데 이어 다음달에는 입지 규제 개선에 초점을 맞춘 3차 투자활성화 대책이 추가로 마련된다. 창업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한 벤처활성화 대책도 나왔고 손톱 밑 가시 제거를 위한 규제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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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경제지표를 보면 현오석 경제팀의 앞길을 어둡기만 하다. 하반기 3% 성장을 디딤돌로 삼아 연간으론 2.7% 성장을 달성하기로 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쉬워보이지 않아서다. 앞으로 남은 3개월 만에 경기가 획기적으로 살아나면 막판에 성적표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왜 그런 전망이 가능할까. 무엇보다 소비와 투자에서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 민간소비는 지난 2분기에 전기 대비 0.7% 상승에 그쳤고, 설비투자는 오히려 -0.2%로 뒷걸음질쳤다. 투자 부진은 고용률에 그대로 투영된다. 올 들어 15~64세 고용률은 65%를 맴돌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중산층 70% 회복과 함께 내세운 고용률 70%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 공공부문부터 고용률 개선을 위해 시간제 공무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나마 올 상반기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해 위안이 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낙관만 할 일이 아니다. 수입증가율이 계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는 불황형 흑자의 요소를 띠고 있어서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상수지 흑자가 난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수입이 줄어들어서 발생하는 흑자에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어디를 돌아봐도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만한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2분기에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2011년 2분기 이후 9분기 만에 0%대에서 탈출했지만 탄력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연말까지 3개월이 남았으나 상황이 반전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기대만큼 경기 회복의 힘이 약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은 즉각 세수 부족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현 부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연간 세수 부족이 7조~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수 부족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커지면서 재정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재정적자는 46조2000억원에 달한다. 기재부 이태성 재정관리국장은 “재정지출이 상반기에 집중됐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지출이 줄면서 재정적자도 당초 목표치인 23조4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하반기에 세수 부족 규모가 더 커지면 정부 지출이 중단되는 ‘재정절벽’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현오석 경제팀은 일단 지출 삭감을 통해 연말 재정절벽 위기를 돌파하기로 했다. 현 부총리는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 부처가 예산 절감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국고가 들어가는 행사비를 줄이고, 공무원 여비와 업무추진비를 절감하라”고 지시했다. 기재부는 또 부총리 직속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에게 실장을 맡길 예정이다. 연말까지 남은 3개월여간 박근혜정부 1차 연도도 경제성적표 향상에 총력전을 펴기 위해서다.

 경기부양에 나설지는 계속 고민 중이다. 단기 부양책이라도 내놓아야 하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세율인하·세금감면·가속상각제 같은 세제지원, 기금투자 및 정책금융 확대를 포함한 5조원 규모의 투자 자극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규모가 작아 경기부양책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대책이지만,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르면 16일 경제민생활성화대책회의에서 이 방안을 밝힐 수도 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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