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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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는 10월1일부터 25일까지 예산 심의에 앞서 각 상임위별로 일제히 국정감사에 들어갔다.
공화당은 원내 총무단 및 각 상임위장 연석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대책을 협의한 끝에 복지행정·안보대책·부정부패 일소에 감사의 중점을 두기로 했으며, 신민당은 정부의 비정을 구체적으로 파헤치는데 역점을 두고 ①미군 감축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②경제정책의 실패 ③농촌경제의 파탄 및 양곡 도입 정책의 난맥 ④정치자금 염출 내막 ⑤「당정 협의회」문제 등을 철저히 추구하리라 한다.
이처럼 국정감사를 실시하는데 공화·신민 양당이 각각 중점을 두고자 하는 방향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은 양당 공히 내년이 총선의 해임을 뚜렷이 의식하고 국정감사를 통해 선거 전략에 유리한 자료를 갖추어 두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저 국정감사에 임하는데 여당이 정부 시책을 되도록 두둔하고 정부 업적을 높이 평가하려는 긍정적 자세를 취하는데 반해 야당이 정부의 비정을 파헤치고 정부 업적을 되도록 이면 깎아 내리려는 부정적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각각 집권과 재야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도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는 행정부 권력과 억제·균형 관계에 서 있는 입법부가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가, 제반 행정부문에 있어서 국법이 정하는 바가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가의 여부를 조사해 가지고 새로운 정책 입안을 해 나가 자는데 이 근본 목적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근본 목적을 추구코자 한다면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은 여당 소속이다, 야당 소속이다 하는 당파적 입장을 버리고, 행정부 권력행사를 감시하고 억제해야 할 권한을 갖고 있는 입법부의 일원임을 깊이 자각하고, 정부시책 상황을 공정히 감사하여 문제점을 끄집어내고 그 시정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국정감사를 실시하는데 있어서 여당이라 하여 정부의 권력 행사에 있어서 나타난 비위나 부정부패를 모르는 체 눈감아주고, 또 야당이라 하여 행정부의 관리나 시책을 덮어놓고 헐뜯고자하여 양자간에 대립이 생겨난다면 국정감사 자체가 정치싸움이 되어버려 도저히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국회의원은 신성한 주권의 신탁을 맡은 자로서 공명정대히 국정감사권을 행사하는데 합심 협력해야 할 소이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우리 헌정사를 보면 국정감사 기간 중 감사를 받는 행정관청은 국회의원의 환심을 삼으로써 까다로운 감사를 완화해보겠다는 심정에서 도를 지나치게 국회의원을 후대하고, 혹은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여 주권자의 빈축을 자아냈던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그릇된 폐단은 감사를 받는 자와 하는 자가 서로 공적인 입장에서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반드시 일소되어야 할 것이요, 국회의원에 대한 대접 때문에 행정부가 일시 공백상태에 빠지는 기현상도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제 7대 국회는 그 발족 초부터 여야간의 격심한 정쟁으로, 혹은 일당 국회로 수하고, 또 혹은 야당이 정치적인 반발로 국감 참여를 거부하는 등 사태가 반복되었으므로 국정감사를 엄격히 실시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권은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또 이로 말미암아 행정부가 독주하는 폐단이 생겨난 것도 부정치 못한다.
이번 국정감사는 제7대 국회로선 마지막 실시하는 국감이다. 제7대 국회는 지난날의 국감 실시에 있어서의 무위 태만을 사과하는 뜻에서도, 또 임기 말을 앞두고 유종지미를, 거두는 뜻에서도 국정감사를 성실히 실시하여 국민으로부터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해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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