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억 들여 또 설계변경 … 고척돔, 애물단지 피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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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가 구로구 고척동에 짓고 있는 돔구장(고척돔·사진)에 395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야구·공연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서울시는 시설 개선을 통해 프로야구단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고척돔은 야구장을 운영할 프로야구단이 나타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서울시가 10일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우선 고척돔의 야구장 기능이 크게 개선된다. 외야 안전펜스를 보완하고 외야 불펜과 선수편의시설 등을 설치한다. 또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좌석폭을 46㎝에서 50㎝로 넓힐 계획이다. 관람석 수는 기존 2만2258석에서 2만500석 정도로 줄어든다.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교통여건도 개선된다.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고척돔으로 바로 연결되는 서쪽 출구가 설치된다. 주차장 규모도 500대에서 700대로 늘어난다.

 서울시는 시설 개선을 통해 프로야구단 유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정환중 체육진흥과장은 “국내 최초 돔구장인 데다 주변 입지조건도 많이 개선돼 프로야구단 몇 곳이 관심을 보여 긍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또 고척돔을 복합공연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리깅시스템(무대장치 고정용 구조물)과 흡음재 등을 설치한다. 이를 통해 연간 80억원이 넘는 구장 운영비를 충당한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야구경기가 없는 겨울에는 대형 공연을 유치하고, 내부 수익시설을 잘 활용하면 구장 운영비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척돔은 2007년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구장으로 건설이 시작됐다. 당초 하프돔으로 설계돼 사업비는 529억원이었다. 하지만 2009년 4월 전면 돔구장으로 설계가 변경되며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번에 공사가 75%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다시 설계변경을 하며 공사비는 2418억원까지 늘어났다. 한성대 이창원(행정학) 교수는 “면밀한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며 “서울시와 시의회에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의회 심의를 통해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후 2015년 2월 구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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