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혁 속도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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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한화갑(韓和甲)대표는 23일 사퇴 이유를 "새롭게 등장한 역사의 주역들에게 당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 최대 계보이던 동교동계 적자이자 당권파다.

결국 그의 사퇴는 민주당 내 주류 세력의 교체를 의미한다.

그의 사퇴로 노무현 당선자 탄생에 기여한 김원기 고문.정대철 최고위원 등 신주류 측이 당의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신주류의 당 개혁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신주류 측은 지구당위원장제 폐지 등 당 개혁특위에서 마련한 개혁안을 27일 당무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 개혁안이 통과되면 현재의 지도부 대신 새로 구성될 임시지도부가 당을 끌고가게 된다.

임시지도부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뽑힐 때까지 당 개혁작업을 주도하게 되는 만큼 그 역할이 만만찮다.

특위 간사인 천정배(千正培)의원은 "임시지도부는 실질적인 창당과 개혁작업을 완성해야 하므로 개혁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신주류 내에선 임시 대표인 당 의장 후보로 조순형(趙舜衡)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임시지도부 구성까지는 약간의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당장 최고위원들이 동반사퇴할지가 변수다.

韓대표 사퇴 직후 김원기 고문과 정대철 최고위원이 긴급 회동을 하고 24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동반 사퇴를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김태랑(金太郞)최고위원 등은 동반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들인 만큼 거부할 경우 사퇴를 강요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동반 사퇴의 모양새를 갖추되 현 지도부를 임시지도부에 포함시키는 선에서 정치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金고문은 "다른 최고위원들도 韓대표의 결단을 따르는 게 옳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며 "결국은 정치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韓대표는 다음달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자서전을 쓸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기자들이 신당을 만드는 건 아니냐고 묻자 "(나보고)이민가라는 얘기냐, 달나라에서 살라는 얘기냐"라고 부인했다.

박승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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