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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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북통일에의 열망은 이제나그제나 변함이 없다. 분단의 비애와 통절함은 오히려 날로 깊어만 가는 것 같다. 30세에 고향을 떠난 실향국민들은 이제 회갑을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당대엔 다시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그 단절감때문에 향수는 더욱 사무치는지도 모른다.
국토통일의 문제는 정치적으로는 벌써 감정적인 무드를 벗어나있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기엔 그런 분위기를 좀체로 벗어날 길이 없다.
중견작가 S씨의 단편에 『고향』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평안도를 떠나 남하한 어느 노인의 이야기다. 그는 충청도의 한 산골에 고향의 집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놓고산다.
그런 기와집에, 그런 조망에, 그런 웅덩이가 있다. 이 노인은 늘 웅덩이를 거닐면서 어떤 환각에 스스로 빠져있으려고 노력한다.
여기가 바로 내 고향이거니…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흙냄새, 그 초록빛, 그 하늘, 그 물맛은 끝내 찾지를 못한다. 향수는 풍경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가슴에 깊이 묻혀있는 것이다. 어느날 그 노인은 웅덩이에 빠져죽고 만다. 향수에 대한 집념은 한 인간의 연명을 이처럼 파국으로 몰고 갈수도 있는가 보다.
독일의 경우는 역사와 전통과 국제정치적입장이 분명히 다르다. 다만 분단국가라는 현실만이 우리와 비슷한 처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독관계는 언제나 우리의 관심을 모은다.
최근 국토통일원이 전국여론조사를 수집한 결과는 통일문제에 상당히 낙관적이다. 그것은 애틋한 소망의 표시일망정, 흐뭇한 감개에 넘쳐있다. 39.5%의 국민은 10년이내에 통일이 성취되리라고 생각한다.
10년-.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10년은 실로 길지도 짧지도 않다. 바로 엊그제 같은 5·16이 벌써 10년전이 아닌가. 그 10년안에 통일이 되리라는 생각은 비록 하나의 기대일지라도 우리에게 새로운 바이탤리티(생명감)를 불어넣어준다.
25세이하의 국민은 북한을 전혀 느껴보지못한 세대이다. 그들은 50대가 갖는 그처럼 애절한 향수같은 것은 상상도 못한다. 이들의 수가 전체국민의 무려 60%나 된다는 사실은 놀랍다.
10년후면 그들중에 상당수는 성년국민이 될것이다. 이들이 직면할 통일에의 의지는 어떤것일지 궁금하다. 통일의 과제는 그러고 보면 전후세대의 문제인 것도같다. 오늘의 사회를 움직이는 우리들은 과연 그들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 새삼 엄숙한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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