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로 없어 출동소방차 불구경만 하는 꼴-판자촌 화재문젯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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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계천변 판자촌의 불은 항상 불나기 쉬운 위험성을 안고 있으며 거의 주민들의 방심에서 일어났다. 청계천변 판잣집촌 화재는 올해들어 네번째.
다락다락 인접되어 있는 판자촌의 벽은 「베니어」로 되어있는데다 지붕도 기름종이인 「루핑」으로 덮여있어 불만 나면 삽시간에 번져 뭉땅 태우기 마련이었다. 불은 또 거의 무허가 하숙집에서 일어났다.
이번 경우도 무허가 하숙집 「합경도」집 주인 문 여인이 연탄난로를 피워놓고 밤12시가 지나 이웃에 있는 잠자는 집으로 간 사이에 일어난 것. 이곳 무허가 하숙집은 대부분 창녀를 데리고 있었으며 서울시 당국은 화재가 났을때마다 무허가 판자촌을 철거한다고 했으면서도 지금까지, 대책을 세우지 못한채 방치해 왔었다.
이번 천계천 판자촌 불에도 서울시내 소방차가 거의 모두 출동했으나 문전에서 불경이나 하는 구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소방도로가 없는 판자촌 화재엔 소방차라도 속수무책.
지난10월l7일 숭인동203일대 판자촌1백여채를 태운 것을 비롯, 창신동 판잣집촌 등 잇달아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소방도로가 없어 불탄 판잣집이 폭삭 내라 앉으면 소방차가 길을 만들어 길고 나가는 등 소방방법을 썼고 또 가까운 곳에 소방전 마저 시설이 안돼 불길을 잡을 수 없는 것이 통례로 되어왔다.
서울시는 판잣집촌에서 불이 날때마다 사후대책만 논의할 뿐 추위가 지난 뒤 판잣집 주민을 옮긴다는 이유로 철거도 하지 않고 화재예방대책도 새우지 않아 판자촌의 화재는 항상 위험성을 안은채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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