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 통합 향해 발돋움하는 EEC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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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월1, 2일 양일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EEC(구주경제공동체) 6개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EEC는 금년 말로 「로마」조약에서 정해진 통합에의 준비기간을 끝낸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70년대의 부격적 공동체를 향한 예비회담이며 이를 고비로 EEC는 『구주의 창조냐, 혹은 매장이냐』의 기본적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러나 통합에의 전진을 계속하기에는 EEC내부의 의견대립이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필요성 때문에 이번에 정상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EEC안의 의견대립은 불란서의 「선완성, 후확대」와 서독을 선두로 한 5개국의 「완성, 확대병행」의 주장이다.
이는 곧 영국 가입문제를 즉시 해결하여 가맹시키느냐, (서독 등 5개국) 아니면 EEC안의 선결문제를, 모두 해결한 다음에 영국가입을 실현시키느냐(불란서)의 문제로 간추려진다.
불란서는 EEC통합의 순서로 완성·강화·확대를 내걸고 항구적인 농업재정규칙의 완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 여타 5개국과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불란서는 우선 엄업기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며 기타국가들은 『이 회담에서 확실한 때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해도 교섭개시의 합의는 가능』(알베르 백이의 외상)하다는 생각 밑에 영국가입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금년에 30억불 규모로 예상되는 농업기금은 역외에서 수입하는 쌀 농산물에 대한 과징금을 갖고 운영되는 것이다.
EEC는 68년7월 농업공동시장을 설치한 이후 역내산품의 90%를 단일시장화 했다. 그 결과 버터·소맥·설탕 등이 과잉 생산되어 이에 대한 보상금 지출이 늘어났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EEC중 역외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을 수입하는 서독은 매년 13억「마르크」씩 과징금을 내놓는 반면 농산품 생산 「코스트」가 높으면서 역내 수출국인 불란서가 보상금을 가장 많이 타 가고 있어 서독은 항상 불만을 갖고 있다.
특히 마르크 절상으로 서독 농민은 그만큼 수입이 좋았으나 EEC가 이 기금에서 보상을 안하기 때문에 농업공동시장에서 서독이 탈퇴해야 된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불란서는 이번 회담을 통해 농업기금에 대한 분쟁을 해결할 방침이었으나 서독은 과잉생산을 중지하는 정책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이 농업공동시장과 관련해서 영국가입문제를 불란서는 심각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영국 농업은 생산성이 높아 가격이 불란서보다 저렴하여 영국이 가입할 경우, 낙후된 불란서 농업이 위협을 받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란서도 「드골」의 영광이 지나간 후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어 종전처럼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기도 하다.
영국은 이러한 약점을 알고 있는 까닭에 『영국은 반드시 가맹을 서두르지 않겠다』(스튜어트 영 외상)고 은근히 견제작전을 펴고 있다.
이 작전은 63년1월 가입신청을 했다가 드골에게 거부당한 쓰라린 경험을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59년 영국 수출액의 14%만이 EEC로 들어가고 41%가 파운드 지역으로 가던 것이 65년에는 61%가 EEC, 28%가 파운드 지역으로 형세가 바뀌고 이 추세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 영국은 EEC가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은 실정에다 불란서의 정책에 불만을 갖고 EEC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서독은 『서구의 통합이 외부로부터 방위하는 요새가 아니라 EEC를 확대하여 동쪽 진영과 가까워지는 것』(브란트 서독 수상)이라고 태도를 밝히고 영국가입을 적극 추진할 의사를 갖고 있어 이 문제가 조만간 매듭지어져야 할 입장에 있다.
완성과 확대를 동시에 추궁하는 서독은 EEC와 동서 구주를 포함한 자유무역지역까지 구상하고 있고 이것이 전진을 내건 70연대를 맞으면 어느 정도 구체화할 가능성도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먼저 실현시켜야 할 영국가입이 교섭을 개시한다 해도 1년 이상 걸릴 것이고 완전한 통합에는 예상외로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그 전도는 반드시 순탄치가 않은 것이다.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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