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한국대사관의 피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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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도에 의하면 일본「국제공산학생동맹」소속 일인7명은 지난 20일 주일한국대사관에 난입, 화염병 3개를 터뜨려 통신실을 파괴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한다. 그들은 『「오끼나와」조기반환』 『한국3선개헌분쇄』등의 구호를 쓴「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하는데, 이들은 대사실을 직접 습격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고, 대사관 직원에게 붙잡혔다가 달려든 일본기동경찰대에 인계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있은지 3시간 후 일본애지외상은 한국대사관을 방문하고 불상사가 일어난데대해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시하고, 일본정부로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명했다고 전한다.
일본동경에서는 21일에 반전「데모」가 대대적으로 벌어진다는 설이 나돌고 있어서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한국대사관습격은 이 반전「데모」의 전초전으로 보여지는 면도 없지 않지만, 체포된 범인들이 묵비권을 행사하고있으므로 이 시점에서는 아직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이 일본좌익계학생들의 난동이라하더라도 어째서 동경에 있는 수 많은 외국대사관 중 유독 한국대사관만이 습격을 당했는가에 커다란 문제가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관헌이 일인에 의한 한국대사관습격을 은연중 방조했거나, 묵인 혹은 방임했기 때문에 이런 부상사가 생겨났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오랜 세윌을 두고 조성된 한국 및 한국인에대한 멸시감이, 일인폭도들로 하여금 대사관을 습격케한 정신적인 「백·본」을 이루었고, 또 일본정부 역시 한국을 경시하는 사고방식에 젖어 대사관 주변의 경비를 소홀히 했던 탓으로 폭도들이 감히 대사관에 난입할 수 있었다고도 보여진다. 일본의 조야가 깊이 반성해야할 점은 바로 이 것이다.
한국은 1948년에 독립한 주권국가이고, 또 65년 한일협정을 계기로 양국이 서로를 독립과주권을 존중하면서 우호친선하게 지내기를 약속했다고 하면, 지난날의 불행했던 시대에 조성됐던 감정을 청산하고 새로운 차원에서 한국을 완전히 독립한 외국으로 인정하고 외교사절이나 한국인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제삼국에 비해 하등의 차별을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자명한 이치를 시인하고 마땅히 해야할 일을 성의껏 다해 볼 생각이 미약하므로 대사관 습격과 같은 국제적인 불상사가 생겨나는 것이다.
일본조야가 한국과 한국인을 열등자시하고, 멸시와 모욕을 가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청산치 않는한, 한국인의 대일악감이나 구원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요, 간신히 형성되어 가던 양국간의 협조「무드」도 조만간에 깨어질 가망이 다분히 있다. 지난날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등한 입양에서 평화공존키 위해서는 가해자의 속죄의식과 친절이 앞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치 않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것은 동경에 있는 한국외교사절이 대일관계에 있어서나 동경에 있는 제외국의 외교「서클」에 있어서 충분한 위신과 권위를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이 번처럼 국제법상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당국은 이 점을 깊이 유의하고 주일외교사절의 위신과 권위를 회복시켜주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숙고하여 이를 실천에 옮겨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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