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명과 암을 동시에 가진 까닭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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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상조는 삼성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방식이 독특할 뿐입니다.”

 대표적 진보경제학자인 김상조(51·경제개혁연대 소장 )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가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열린 삼성 사장단회의에 강연자로 나섰다. 한때 ‘재벌 저격수’로 불리 던 김 교수가 일관되게 비판해 온 삼성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자신의 기업론을 설파했다.

 두 달 전 삼성 측으로부터 ‘내용에 제약 없이 마음껏 강연해 달라’는 요청을 김 교수가 받아들여 마련된 자리다. 이날 주제는 ‘경제민주화와 삼성’. 재계에선 삼성이 김 교수를 초청한 것이나 그룹 내 사장단이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한 강연을 들은 것 모두 파격으로 받아들였다.

 김 교수는 “삼성은 비즈니스를 위한 의사 결정에서는 스마트하고 원활하다는 데 의심할 바가 없다”며 “그런데 유독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일면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삼성이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선 이재용(45)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열린 공간으로 나와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 측도 김 교수의 쓴소리를 적극 참고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 “재계 입장에서 볼 때 너무 세다(가혹하다)”고 항변하자 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며 “재계와 시민사회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대화를 통해 의견을 하나로 만들 수는 없어도 좁혀 나갈 수는 있다”고 답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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