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집하면 양복 입고 오라" … 대표팀 기강 잡는 홍명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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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축구대표팀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이제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될 때 청바지·반바지·티셔츠(위쪽 아래) 등은 입지 못한다. 지난 6월 레바논으로 출국(아래)할 때와 같이 넥타이까지 갖춘 단정한 양복을 입어야 한다. 사진은 홍 감독이 11일 동아시아컵축구대회 엔트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입을 굳게 닫고 있는 모습. 홍 감독은 이전 대표팀보다 훨씬 젊어진 23명을 발표한 뒤 “당장보다는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1년 뒤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 위주로 뽑았다”고 말했다. [파주=뉴시스]

엄격한 규율로 기강을 바로 세운다. 축구 대표팀 개혁을 위한 홍명보 감독의 첫 번째 행보다. 홍 감독은 1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동아시안컵축구대회(20일 개막·JTBC 단독 중계)에 나설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며 ‘홍명보팀 가이드라인’을 함께 밝혔다. 그는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선 복장 통일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 소집 당일 티셔츠를 걸치고,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번에 소집할 선수들에게는 정장구두와 넥타이까지 갖춘 단정한 양복 차림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공항을 나설 때 정장을 입은 적은 있지만 소집 훈련을 위해 파주에 들어올 때 정장으로 복장 통일을 한 적은 없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의 달라진 몸가짐은 파주 트레이닝센터 정문에서부터 이뤄질 것이다. 선수들이 A팀 소집 요청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응해야 할지 충분히 생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파주 트레이닝센터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던 관행 또한 없어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모든 선수들은 입소할 때 정문에서부터 걸어서 들어오게 된다”고 말했다. 축구 대표선수들은 에이전트의 차에 동승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에도 협조를 당부했다. 홍 감독은 “최근 들어 취재의 초점이 지나칠 정도로 불필요한 가십거리에 맞춰진 느낌이다. 저 역시 책임감을 갖고 변하겠다. 이런 변화에 기자분들도 동참해주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규율을 강화하는 건 뒤숭숭해진 대표팀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경기력 부진, 대표팀 내부의 갈등 논란, 기성용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문이 이어지면서 대표팀의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다. 홍 감독의 한 측근은 “대표선수들의 느슨한 생활 태도와 몸가짐에 대해 예전부터 홍 감독은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고 설명했다.

 이날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홍명보팀 1기 멤버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니라 유럽 선수를 부를 수 없었다.

 김진수(21·니가타)·김민우(23·도스)·이용(27·울산)·고무열(24·포항)·윤일록(21·서울)·김동섭(24·성남) 등 6명은 처음 대표팀에 뽑혔다. 박종우·이범영(이상 24·부산), 김창수(28·가시와), 황석호(24·히로시마), 김영권(23·광저우 헝다) 등 지난해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이 대거 A대표팀에 입성한 것도 눈에 띈다. A매치를 10차례 이상 경험한 선수가 정성룡(28·수원·50경기)·김영권(10경기)·홍정호(24·제주·14경기)·염기훈(30·경찰청·46경기)·김신욱(25·울산·17경기) 등 5명에 불과할 정도로 젊어졌다.

 이동국(34·전북)과 이근호(28·상무)는 제외됐다. 홍 감독은 “당장보다는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1년 뒤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파주=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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