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지시」이후|유예된 개헌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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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초부터 갑자기 시작된 개헌논의는 박대통령의 기자회견-공화당내부의 논쟁-박대통령의 2월4일 함구지시라는 몇 개의 굴곡을 거쳐 미로에 들어섰으며 정국의 기류도 그에따라 시간적인 변화를 가져오게됐다.
당초개헌논의는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그「비공식논의」가 공식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끝내는 공화·신민 양당의 체제정비와 나주재선거의 양상에까지 큰영향을 미치게되었다. 공화당 내에서 더 이상 개헌문제를 거론하지말라는 박대통령 지시로 개헌논의는 일단 주춤해졌지만 그반응은 다른 국면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게된 것이다.
우선 공화당이 3월말께로 예정했던 전당대회를 늦출 생각이고 이에따라 신민당내의 전당대회조기소집론도 뒷걸음치고 있다.
양당의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정국은 개헌문제로 열기를 띨것이 분명했다. 이제양당이 모두「스텝」을 늦추어 새전략을 다듬게되기 때문에 정국의 열풍은 그만큼 유예된 셈이라고나 할까.
개헌문제에대해 공화당내 일부에서 신중론을 들고 나오리라는 것은 짐작되던 일. 그러나그것이 이처럼 빨리, 강렬하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나오리라는 것은 쉽사리 생각할수 없었다는 말이 공화당 사람스스로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개헌논의의 신중론 내지 반대론의 근거는 첫째, 박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이문제를 서두르지 말라고 한점. 둘째, 개헌논의가 불필요한 긴장·불안을 조성할것이라는 점. 셋째, 개
헌을 추진하더라도 당론조정이 앞서야 하지않겠느냐는 당내 민주주의의 욕구였다. 이같은 신중론 내지 반대론은 지난달 30일에있은 공화당의 시도지부장·상임위원장 연석회의와 3일의 의원총회에서 박종태 정간용 이만섭 신윤창 양순직의원에 의해 설명되었다.
윤치영 길재호 김진만 김주인 정래정 고재필 신동준의원등에 의해 역설된 개헌의 필요성도 많은 소속의원의 공감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적지않은 의원이 개헌문제에는 뚜렷한 의사표시를 않고있는게 사실이며 개헌논의를 추진하려는 여당간부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박대통령의 함구지시에도 불구하고 개헌논의가 조용히 전개되기를 기대하는 당주도세력과 함구지시를 철저히 지키려는 의윈들의「거리」는 우선 나주재선거의 지원 태세에서 드러나게될 것 같다. 개헌문제의 여론을 원치않는 의원들은 개헌문제가 필경 제기될 재선거지원에나서기를 기피하고있기 때문이다.
한편 개헌반대운동을 전개하려던 야당진영은 그들대로 모든 계획을 재검토하게 되었다. 개헌반대 투쟁기구를 서두르면서 5월전당대회를 앞당겨 체제를 강화하려던 신민당은 투쟁기구의 활용에 머리를 싸게되었으며 전당대회를 앞당겨 소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당주도권이재편될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5월에 열릴공산이 커졌기 때문에 신민당내의 주류·비주류의 세력정비는 그만큼 시간을 끌게되었다.
개헌논의가 일단 뒷걸음치게 된 것은 신민당과 일부 재야정치인의 관계에도 재고정의 기회를 주었다. 정쟁법에서 풀린 몇사람만은 신민당과는 별도로 개헌반대기구를 발족시켜 반대운동은 사실상 이원화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의 함구지시에 의한 개헌논의의 후퇴가 어느시기까지 계속될지 예측이 어렵지만어쨌든 정국은 당분간 임시국회 운영, 문교행정특별감사, 나주재선거로 쟁점을 좁히면서 개헌문제에 대한 전략과 태세를 여야가 모두 다시 다듬어 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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