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아시아 예선] A대표팀 철·통·보·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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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6일 A대표팀 훈련 전면 비공개. 인터뷰 없음’. 대한축구협회가 축구 기자단에 발송한 문자메시지다.

 한국은 18일 울산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8차전을 치른다. 훈련 비공개가 규정 위반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 하루 전 훈련은 최소한 15분은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만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훈련 공개를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던 최강희(54)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번엔 아예 훈련 시간과 장소조차 알리지 않았다.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대리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행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란에 정보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공개 훈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A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 직행 티켓을 딸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은 이란에 0-3으로 패하고, 3위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를 3-0으로 눌러도 다득점에 앞서 조 2위로 본선에 올라간다. 그러나 끝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게 최 감독의 생각이다. 탈락이 확정된 카타르를 우즈베키스탄이 5-0이나 6-0으로 누를 경우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비공개 훈련에는 장점이 많다. 선발 출전 선수가 외부에 알려지면 팀 사기가 떨어질 수 있는데, 비공개 훈련을 하면 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또 조용한 그라운드에서 집중력 있게 훈련할 수 있다. 보안이 중요한 세트피스 훈련도 편하게 할 수 있고, 새로운 포메이션도 부담 없이 테스트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박종우(24·부산·경고 누적)와 김남일(36·인천·부상)의 공백을 중앙 수비수 장현수(22·FC도쿄)로 메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곽태휘(32·알샤밥·부상) 대신 김기희(24·알사일리아) 투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 감독은 15일 훈련 장소도 외부에서 지켜볼 수 있는 문수 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울산종합운동장으로 갑자기 변경했다.

 한편 이란 대표팀은 16일 울산 강동구장에서 한 훈련을 한국 취재진에 20분 남짓 공개한 뒤 정중하게 철수를 요청했다.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30·트락토르 사지)은 “이란은 2006년 아시안컵 8강에서 한국을 6-2로 이겼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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