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는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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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첫눈이 눈보라로 변하면서 사남게 뿌리는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어떤 외국손님과 비원구경을 갈 생각으로 덕비궁앞의 「택시타는 곳」의 맨꼴찌에 섰다
토요일이라서인지, 첫눈이 내리는 날이라서인지, 기다리는 삶의 줄이 10분을 기다려도, 그리고 또 10분을 더 기다려도 도무지 줄어들지가 않았다.
우리는 할 수 없이 그 줄에서 빠져 대한일보 앞의「택시타는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여기는 사람이 적어 다행이라 생각했더니 더 큰 골칫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몸매가 꽤 예쁜데다가 색다른 옷을 입은 외국부인이라서 인지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의 눈초리가 모조리 우리에게로 쏠린다. 게다가 15분을 기다려도 빈차는 오지 않았다. 『공거』라고 붙인 차조차 웬일인지 서주지를 않았다. 게다가 더욱 잡다한, 용서 없이 쏠리는 시선은 여전하였다. 우리는 할수 없이 건너편「택시타는 곳」으로 또 옮겨가야 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또하나 다른「카오스」가 드디어 우리를 압도하고야 말았다. 모두줄을 지어서 있었지만『공거』가 오기가 무섭게 어디서인지 두세 장정이 나타나 달려들면「택시」는 그들을 싣고 멎어 볼 틈도 없이 달아나 버리곤 하였다. 이 모양으로 15분이 지난뒤에 내손님인 그 부인의 말이었다. 『안되겠군요. 우리도 저 모양으로 큰 실례를 범하기 전엔 오늘 중으로 차를 타볼 가망이 전혀 없군요.』
나는 그저 끄덕끄덕해 줄뿐, 입을 열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그 사나운 첫 눈보라 속에서 떨다가 그 손님으로서는 세 번째라고 하는 덕수궁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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