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시제 확대 합니다" 음식점 다니며 홍보 구슬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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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생활연구원 천안아산지부 손순란(가운데) 대표와 모니터 요원들이 천안 백석동의 한 음식점에서 달라지는 원산지 표시제에 대해 홍보활동을 펴고 있다. [조영회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2시.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손순란 대표와 모니터 요원 두 명은 달라질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을 설명하기 위해 백석동의 한 두부요리전문점을 찾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 명패와 함께 ‘소비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각 지역의 음식점을 방문했다.

 오는 28일부터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시행률·시행규칙이 개정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불량식품의 근절과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원산지 표시제를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원산지표시제도의 정착을 도모하자는 목적이다. 또 농산물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값싼 수입 농산물이 국산으로 둔갑해 거짓 표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김치류는 고춧가루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며 양고기·명태·고등어·갈치와 같은 주요 품목을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바뀐 원산지 표시제 법률에는 음식점의 수족관에 살아 움직이는 수산물의 원산지의 표시의무까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도 명시돼 있다. 대상 음식점은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위탁급식영업·집단급식소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천안아산지부(대표 손순란·이하 한소연 천안·아산지부)에서는 5월 한 달 동안 모니터 요원들과 함께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에 대한 계도와 홍보 안내책자 배포 활동을 벌였다. 2인 1조로 이뤄진 모니터 요원들은 지역을 정한 후 바쁜 점심과 저녁시간을 피해 하루에 많게는 20여 개 음식점을 다니며 계도와 홍보도 했다. 한소연 천안·아산지부 손순란 대표는 “속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 먹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교육을 해도 한계가 있다. 그나마 소비자 교육 받은 분들은 교육 받은 후에 사소한 것들까지 유심히 보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외식하면서 일일이 거래 명세표를 보여 달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기존의 원산지 표시는 소고기·돼지고기·김치 등 농산물과 축산물에 국한됐었다. 기존에는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고등어·갈치·명태와 같은 수산물은 소비자가 흔하게 접하는 수산물로 광어·우럭·낙지와 함께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명태 같은 경우에는 거의 러시아산이 대부분인데도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일이 잦다.

또 쌀과 배추김치는 원산지를 속이는 경우가 많고 단순하게 ‘국내산’이라고만 표기했다. 그러나 배추김치에 들어가는 고춧가루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시켜 정확히 표기함으로써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흔히 둔갑되는 일을 철저하게 방지할 목적이다. 소비자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음식점의 메뉴판이나 게시판의 원산지 표시 글자크기, 표시 위치 및 배추김치 표시방법이 바뀐다. 현행 음식명의 1/2이상이었던 글자는 음식명과 가격의 크기와 동일하거나 더 크게 표시돼야 한다. 표시 위치도 음식명 바로 옆이나 하단에 해야 한다. 가공되는 김치류의 포장재 표시도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김치류는 배합비율이 가장 높은 원료와 고춧가루를 함께 표시해야 한다.

 실제로 원산지 표시제 단속에 가장 많이 적발되는 업소는 영세업자들이 운영하는 작은 음식점이다. 경기가 어려워 판매에만 급급하다 보니 원산지 표시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기존에는 단속에 적발되면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원산지 미표시 위반은 3차에 거쳐 품목별로 과태료가 차등 부과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복숙(57) 모니터 요원은 “실질적인 단속이 아닌 계도와 홍보기간이라 방문하는 대부분의 업소에서 호응이 좋고 협조적”이라며 “홍보 전단지만 받는가 하면 글자크기까지 정확하게 물으며 궁금한 점을 알려고 노력하는 업주들이 많다. 주부이자 소비자 입장에서 몰랐던 사실을 교육받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드리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순란 대표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실질적인 소비자 권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며 “가족의 건강을 위해 업주들 스스로 체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홍보활동을 하다 보면 단속하는 걸로 오해해 ‘또 나왔냐’며 마음의 문을 닫는 업소가 많다. 서로 신뢰하는 외식문화발전을 위해 편하게 믿고 먹을 수 있게끔 변화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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