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프랑스-세네갈전 방영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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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2002 한일월드컵 경기 개막전인 프랑스-세네갈 전을 하루만인 1일 밤 10시 45분부터 1시간여 녹화방송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신문과 방송들은 2002 한일월드컵 경기와 관련해 개막식이 열리기까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경기를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중앙 텔레비전을 통해, 그것도 만 하루만에 1시간 정도 방영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의 이번 월드컵 개막전 녹화방영은 북한 당국의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월드컵 경기와 관련해 평양시 일원을 가시청권으로 하는 문화 프로 전문방송인 만수대TV를 통해 준결승이나 결승 등 주요 장면만을 편집,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 방영해 왔다.

더욱이 녹화중계 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이번 경기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점과 남한의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남북관계의 진전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북한은 통일농구경기대회와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88 서울올림픽경기 등 남한에서 열리는 국제경기를 다루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한일월드컵 경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드러내놓고 언급은 않고 있지만 서울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여줘도 내부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나름의 '자신감'의 표시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북한이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는 월드컵과 같은 큰 국제행사에 무관심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로든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29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평양 릉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진행하고 있고, 해외 동포 및 외국인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방송업무에 종사했던 한 탈북자는 이번 방영이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특별지시'에 의해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했다.(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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