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마카오 北계좌 송금...감사원 특감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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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북한에 비밀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던 2천2백35억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방북 하루 전인 2000년 6월 12일 국가정보원이 외환은행 본점 영업부를 통해 북한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감사원에 따르면 이 돈은 모두 네차례에 걸쳐 홍콩의 중국은행(Bank of China) 북한계좌로 입금됐으며 중국은행은 이를 다시 마카오의 북한회사 계좌로 송금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은 현대상선 대신 원화를 외화로 바꾸는 환전 승인을 받아주는 등 직접 개입했다.

국정원은 당시 김경림(金璟林)외환은행장에게 현대상선에서 받은 수표의 환전을 요청했고, 金행장은 이를 승인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에서 현대상선이 대출받은 4천억원은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성으로 북한에 건네졌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00년 6월 12~14일 열릴 예정이었던 정상회담이 13~15일로 늦춰진 것은 약속한 돈이 다 북한에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상회담 직전 북한의 비밀계좌로 추가 돈이 들어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2000년 6월 12일 정상적인 환전승인을 거친 2억달러가 외환은행 본점을 통해 홍콩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 측은 "고객의 거래사항을 누설하는 것은 금융실명법 위반이라 일절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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