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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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차창에 비껴 앉아 생기 넘치는 산과 들에 눈이 닿을때마다 슬며시 여석이 젖어든다. 잡다한 도시생활, 바쁜 일과에 줄달음쳐야하는 나에게는 이 시간이 망중한의 한순간이다.『엄마, 이거…』하는 소리와 함께 맞은켠의 꼬마가 손에든 「캐러멜·케이스」의 적절한 처리를 엄마한테 묻는다. 『여기』하며 엄마가 가리킨 「투피스」 호주머니에 환한 웃음과 다정한 모정이 교우된다.
○…「천안」을 "천안"이라 읽지 않고 꼭 「처-ㄴ아-ㄴ」이라고 발하는 네살박이 소녀의 이름은 「경」.
자칭 아저씨가 「몰라」한 「컵」을 건넸을때 『엄마 먹어도 돼?』. 엄마를 따라 『아저씨. 잘 먹겠어요』에 나는 그만 『허허』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황금보다 더 고귀한 기쁨을 느끼면서. 종이「컵」을 입으로 가져가다 내 웃음소리에 놀란 까만 눈동자에 나는 그만 소녀의 기노한폭을 잃어버린 아쉬움을 느꼈다.
○…『아저씨, 안녕』 『응, 경이 잘가』. 대구역을 나오며 마치 선궁을 나온듯한 착각에 현실의 번잡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깊은 산속에서 법열을 터득하고 목탁의 오묘한 진리의 정휼가 바로 이찰나의 연속이 아닐까.
한영성·31·공무원·서울 와오동국립과학관 연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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