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적 조작 국제중 지정 취소 검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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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에 있는 영훈국제중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학교의 교감,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 세 명이 공모해 학생이 제출한 서류 등에 매기는 주관식 채점 점수를 조작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이 학교가 교육기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학교 측은 특정 학생을 합격시키기 위해 만점을 주고도 점수가 부족하자 멀쩡한 학생의 점수를 깎았다고 한다. 공정성을 잃은 학교, 양심을 판 교육자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국제중이 2009년 설립된 이후 입학을 둘러싼 비판은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국제중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외국어고교 등 특목고로 진학하다 보니 국제중 입학은 특목고 입학은 물론 명문대로 직행하는 티켓처럼 여겨진 탓이다. 영훈국제중의 한 학부모가 얼마 전 학교에 2000만원을 내고 아이를 입학시켰다고 폭로하고, 대원국제중은 지난 3년간 100여 명의 학생을 편입학시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외고 등 특목고의 입시 과열 현상은 입시제도 개선으로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있으나 국제중만이 여기서 예외가 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점수 조작에 가담한 교감 등 11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법인이 내야 할 경비 11억여원을 학교에 부담시킨 이 학교 이사장에 대해 임원 승인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문제를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시교육청 감사팀은 점수 조작 과정을 밝히면서도 누가 혜택을 받았는지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부유층 자녀가 점수 조작으로 합격됐다는 의혹을 해소하는 건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시교육청은 점수 조작 과정에서 학교 측과 학부모 간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없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현재 국제중은 글로벌 인재를 조기 육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반하고 있다. 비리와 반칙이 판치는 국제중이 과연 존립할 의미가 있는지 교육당국에 묻고 싶다. 시교육청은 두 학교의 국제중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계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