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양유업 사과, '밀어내기' 근절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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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당 강매 의혹과 폭언으로 물의를 빚어온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특히 제품 밀어내기 의혹을 인정하고 영업 환경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들은 ‘을(乙)의 반격’으로 불리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후진적 유통 시스템의 맨얼굴을 직시하고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사과한 뒤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밀어내기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개선 조치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체적으로는 500억원 규모의 대리점 상생기금을 마련해 운영하고 대리점주와의 공동목표 수립과 함께 반송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설명이다.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본다. 비록 3년 전 일이라고는 하지만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물건을 받으라”며 폭언과 욕설을 한 것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기업의 횡포로 볼 수밖에 없다. 남양유업은 지난주 후반 영업사원의 폭언을 담은 음성파일이 공개된 뒤 시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과문 게재와 해당 직원 사직서 수리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대국민 사과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남양유업은 형식적 사과에 그치지 말고 구시대적인 밀어내기 관행을 근절함으로써 사과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주문량보다 많은 물량을 대리점에 할당해 강매하는 밀어내기는 사실 남양유업이나 일부 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유통업계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행태는 대리점들에 심각한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줄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범법 행위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저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굳이 ‘갑을(甲乙) 관계’나 ‘경제민주화’ 같은 단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마땅히 사라져야 할 관행 아닌가. 남양유업의 사과가 기업과 대리점 간에 상생의 문화가 뿌리내리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