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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체계,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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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스위스는 지난달 국민투표를 통해 기업 임원들의 보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것도 68%의 압도적 지지로. 십 년 전만 해도 상상치 못할 일이다. 프랑스도 비슷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한화로 약 4000만원을 초과하는 은행의 임원 성과급에 대해 50%의 특별세를 부과하고, 미국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임원 보수를 정부가 규제하고 있다.

 보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어떤 것이 공정한 보수인가? 이는 인류가 공동체를 형성하면서부터 씨름해온 과제다. 인간은 누구나 협업과정을 통해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생산활동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남의 손 도움 없이 하는 것은 없다. 과거의 수렵활동도, 오늘날의 기업활동도 그렇다. 어떤 기업도 밖에서 생산한 원료나 제품들을 사용하지 않고 혼자서 완제품을 생산해내는 경우는 드물다. 하청제품의 값을 매기는 데 따라 부가가치와 수익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나들게 된다. 이러한 그물망 같은 협업체계를 관리해 생산을 증가시키고 거기서 나오는 소득을 적절히 나누어 갖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경제 운영이다. 그리고 이것이 주관되는 방식에 따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가 나뉜다.

 자본주의 분배이론의 기초가 되는 신고전파 경제이론에 의하면 보수는 생산요소의 한계생산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자유경쟁이 이루어지면 자본과 노동은 그것이 추가적 생산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게 되고 따라서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분배는 공정하다는 뜻을 그 속에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세상은 신고전파 경제학이 가정하는 세상과는 많이 다르다. 사람들이 모래알같이 흩어져 각자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란 조직을 통해 생산하며, 또한 시장경쟁이 늘 공정한 것도 아니다. 발생한 이익을 기업 내 임직원들 간에 혹은 임직원과 주주들 간에 어떻게 나누어 갖는가 하는 것은 대개 시장 프로세스가 아닌 기업 지배구조와 조직 내 역학구도, 그리고 사회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공무원·군인 등의 보수는 아예 시장이 아닌 정치적 과정을 통해 정해지고 있다.

 2007년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일반 근로자들에 비해 평균 344배나 많은 보수를 받았다. 1980년 이 숫자는 40배였다. 그렇다면 30년 전 미국의 최고경영자는 지금의 최고경영자들보다 훨씬 적은 기여를 했는가? 최근 4년간 미국에서는 상위 1%가 총 국민소득 증가분의 81%를, 상위 0.1%가 39%를 가져갔다고 한다. ‘1%와 99%’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한 사회의 보상유인체계는 그 사회의 현재 및 미래 모습을 결정하게 된다. 인재의 흐름을 결정하고, 맡은 일에 대한 노력과 그 사회의 부패 정도, 또한 계층 간 격차와 이동에 영향을 미쳐 사회갈등 수준의 높낮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무엇이 그 사회의 지금과 미래를 위해 긴요한 일들인가에 대한 판단과 그 위에 각 분야에 대한 현재의 보상체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것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일치하는 방향으로 교정해주는 것이 바로 사회개혁이며 혁신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사회가 지금 깊이 천착해 보아야 할 적어도 두 개의 과제는 기업 지배구조와 공공부문의 보수체계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지배구조를 도입했으나 이것이 과연 우리 사회에 적절한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기업,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임원의 보수체계, CEO의 승계 문제 등에서 이사회의 기능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제윤 신임 금융위원장이 이를 재점검해 보겠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공무원의 보수체계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 50년간의 고도성장과 민주화, 세계화를 거치면서 우리 경제는 자유화되고 사회가 많이 투명해졌다. 민간부문 엘리트의 보수는 급등한 반면 공무원들의 보수체계는 아직도 개발연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군과 정부 고위직들의 실질소득이 봉급만은 아니었다. 그 사이를 부패에 뿌리를 둔 하사금, 촌지 등이 채워주었다. 다행히 이제 부패도, 이런 관행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관예우, 낙하산, 스폰서 등 이들이 퇴직 후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편법적 관행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 경쟁, 유착적 구조를 지탱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공무원의 보수체계도 세상의 변화를 반영해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 우리 사회의 유착, 담합적 구조를 깨려는 노력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들의 퇴직 후 행태만을 질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