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값 석 달 새 60% 급등 … 삼성·하이닉스 ‘인고의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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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D램 등 메모리 제품이 오랜 가격 약세 국면에서 벗어나 올 들어 반등세가 뚜렷하다.

 3일 반도체 시장분석 업체인 대만의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시장의 주력 제품인 DDR3 2Gb(기가비트)의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해 12월 개당 0.81달러에서 지난달 말 1.31달러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12월까지 개당 1달러를 밑돌던 가격이 올 들어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며 석 달 만에 60%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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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의 고정 거래 가격 역시 상승세다. 지난해 6월 말 2.12달러까지 떨어졌던 32Gb 낸드 가격은 지난달 개당 2.88달러로 30% 이상 올랐다. 최근의 메모리 가격 강세는 뚜렷한 공급 부족 현상이 몰고 왔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모바일 D램 판매가 크게 늘면서 D램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며 “PC용 D램 역시 수요 감소를 우려한 D램 제조업체들이 투자를 줄인 결과 빚어진 공급 부족 현상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간 반도체는 웨이퍼(반도체 칩을 만드는 원판) 집적 기술의 발달로 매년 25%씩 공급이 늘어났지만 최근 관련 기술 발전이 다소 더딘 것도 공급 부족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KB투자증권의 변한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분기 이후 메모리 업체들이 투자를 축소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지난 2∼3년간 D램 시장은 정보기술(IT) 수요의 중심축이 모바일 기기로 이동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가 보수적으로 집행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반도체 가격 상승은 국내 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지난 몇 년간 손해를 무릅쓰고 끝없는 양산 경쟁을 펼친 ‘치킨 게임’ 끝에 극한 경쟁에서 밀린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D램 시장의 경우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3개 업체만 살아남았고, 낸드 시장 역시 삼성전자·도시바·마이크론·SK하이닉스 등 4곳만 생존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 D램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와 인텔과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는 데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312억64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세계 시장에서 10.3% 점유율을 기록했다. 1위 업체인 인텔의 지난해 매출은 474억 2000만 달러였다. 전년 대비 2.7% 감소한 수치로, 시장점유율도 15.7%에서 15.6%로 줄었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2011년 6.5%포인트에서 지난해 5.3%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3041억44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2.2% 감소했는데, 10위권 내 반도체 업체 가운데 시스템반도체에서 약진한 삼성전자와 퀄컴의 매출만 늘었다.

 D램 가격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의 D램 제조사들이 지난달 27일 지진으로 인해 일부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등 D램 공급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4에 대한 사전예약 신청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몰려들면서 PC용 D램 생산보다는 모바일D램 생산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그러나 D램 가격 상승이 소비자들에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반도체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D램과 시스템 반도체 등의 원가 상승을 고스란히 제조사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심재우·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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