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간 호랑이, 다시 No1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타이거 우즈가 26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18번 홀에서 파 퍼팅에 실패한 후 퍼터를 깨물고 있다. [올랜도 AP=뉴시스]
우즈가 트로피를 안고 대회 주최자인 아널드 파머와 웃는 모습. [올랜도 AP=뉴시스]

타이거 우즈(38·미국)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키 여제’ 린지 본(29·미국)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공개했을 때 우즈의 라이벌들은 속으로 좋아했을지 모른다. 사랑에 정신이 팔리면 골프에 집중하기 어려울 거라고 기대했을 수 있다.

 열애 인정 일주일 만에 우즈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골프 황제’의 위용을 되찾았다. 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넘버1!!!!!!!!!!!!!”라는 글을 올렸다. 느낌표를 무려 13개나 찍으며 기쁨을 표현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조직위원회는 우즈의 승리를 “역사적 우승(historic win)”이라고 평가했다.

 우즈는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다. 폭풍우가 최종 4라운드를 하루 순연시켰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버디 5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13언더파로 2위 저스틴 로즈(33·잉글랜드)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우즈는 남자골프 세계랭킹 포인트 11.87점으로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11.29점)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그가 랭킹 1위에 오른 건 2010년 11월 1일 이후 약 29개월 만이다. 아울러 우즈는 이 대회에서 8번째 우승을 차지해 샘 스니드(미국)가 그린스버러 오픈에서 세운 단일 대회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지난 48년 동안 범접하지 못했던 스니드의 기록을 우즈가 깨는 건 시간문제다. PGA 투어 통산 77승을 거두며 스니드의 최다승 기록(82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산 623주 동안 세계 1위에 있었던 우즈는 부상과 스캔들이 겹쳐 한때 58위까지 떨어졌다. 2009년 11월 섹스 스캔들이 터져 엘린 노르데그렌(33)과 이혼하며 정신적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질적인 왼 무릎 부상으로 심신이 흔들리면서 스캔들 이후 923일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우즈는 “건강을 되찾는 것이 첫째 과제였는데 일단 그것을 해결했기 때문에 내 경기력도 돌아왔다. 치열한 훈련과 끈기, 다시 우승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대회 주최자이자 전설적인 골퍼인 아널드 파머(84·미국)는 우즈가 18번 홀 페어웨이를 걸어가고 있을 때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이런 장면을 아주 오랜만에 본다”면서 “나는 한 대회에서 5승을 거둔 적이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고 돌아온 골프황제를 환영했다.

 우즈는 랭킹뿐 아니라 예전의 자신감도 찾았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내 게임이 일관성을 갖췄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높은 수준의 일관성”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놀라운 퍼트 실력을 보였다. 2.1~6m 거리의 퍼트 28개 중 19개를 한 타에 성공했다. 다시 사랑하고,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며 그는 마음의 안정도 찾은 것 같았다.

최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